미국화학협회 전무이사 스티븐 헨지스 “비스페놀A, 과학적으로 안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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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지스 박사는 미국화학협회(ACC)의 폴리카보네이트·비스페놀A 글로벌 그룹 전무이사다. 13년 이상 비스페놀A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참여했다. 이두용 기자
헨지스 박사는 미국화학협회(ACC)의 폴리카보네이트·비스페놀A 글로벌 그룹 전무이사다. 13년 이상 비스페놀A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참여했다. 이두용 기자
비스페놀A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플라스틱 제조에 쓰이는 비스페놀A는 내분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이유식 식기, 빨대컵 등 영유아용 모든 식품기구와 용기포장에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한다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비스페놀A가 유해하다는 논란에 대체물질 제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스페놀S와 같은 대체물질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비스페놀A 프리’ 제품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비스페놀A 과연 안전한가. 미국화학협회(ACC) 폴리카보네이트·비스페놀A 글로벌 그룹의 스티븐 헨지스(Steven G. Hentges) 전무이사를 만나 들어봤다.

―전 세계적으로 비스페놀A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비스페놀A 사용을 규제하는 법률이 시행된 것으로 안다.

비스페놀A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간단명료하다. ‘안전하다’이다. 과거에도 비스페놀A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은 끊임없이 있었다. 현재 제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비스페놀A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과 규제당국은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비스페놀A처럼 50년 이상 연구가 많이 진행된 화학물질은 없다. 중요한 것은 양질의 연구들을 골라내는 것이다. 정부가 안전성에 관한 결론을 낼 때도 개별적인 연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연구들을 근거로 발표를 한다.

안전성에 있어 중요한 것이 인체 노출수준이다. 제품에 들어있는 비스페놀A가 인체에 흡수되는 정도는 아주 미량이다. 인체에 들어갔다고 해도 수시간 내에 대사를 통해 빠르게 빠져나간다. 여러 결론들을 놓고 봤을 때 비스페놀A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비스페놀A가 대사를 통해 체내에서 빠르게 배출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했지만 대사과정 동안에는 성분이 체내에 존재하게 된다. 호르몬 교란이 있을 수 있지 않나.


대사과정에서 호르몬 교란은 적다. 비스페놀A가 대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들이 비활성이기 때문에 몸속에 혹시 남아있더라도 그것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독성연구에서도 그러한 근거를 찾을 수는 없었다. 결론적으로 비스페놀A는 인체 노출 정도가 미량이고 효율적으로 대사되는 성분이다. 또 대사물질은 전혀 독성이 없다.


―미량이라 괜찮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계속해서 체내에 들어가면 좋지 않을 것 같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저용량(Low-Dose)에서 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미량이지만 체내에 남아있으면 유해할 수 있다’는 가설은 타당하게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인지는 과학적으로 증명해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쥐나 원숭이 실험들을 했는데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부는 비스페놀A를 혈액에 직접 주사한 동물실험도 했다. 혈액 주사는 대사과정이 없기 때문에 독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비스페놀A가 인체에 들어가는 과정을 생각했을 때 이것도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비스페놀A가 유해하다는 논란에 ‘비스페놀A 프리’ 제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비스페놀S와 같은 대체물질들은 안전한가.

미국에는 ‘증거가 없으면 확신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비스페놀A의 안전성을 입증한 연구들은 많다. 반면에 대체물질에 대한 안전성 연구는 아직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대체물질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가 없다.

‘비스페놀A 프리(BPA-FREE)’에 대한 소비자 판단도 중요하다. ‘BPA-FREE’라고 표시된 제품은 ‘비스페놀A가 들어있지 않다’만 알려주는 것이지 어떤 물질이 비스페놀A를 대체하고 있는지, 그 물질은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알려주고 있지 않다. 이런 문구는 소비자를 현혹시킬 수 있다.

―10년 전부터 미국에서 비스페놀A의 안전성에 대해 FDA(미국 식품의약국), NIEHS(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원), NTP(미국 국가독성평가프로그램) 등 정부 규제기관과 학계가 연계해 ‘CLARITY 프로그램’이라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오랫동안 많은 논란이 있던 비스페놀A 안전성 여부에 대해 뭔가 결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결과는 나왔나.

CLARITY 프로그램에 학계의 13개 연구팀이 참가했고 5팀이 3주 전에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그중에는 FDA가 설계한 2년 이상의 장기연구도 포함됐다. 비스페놀A에 대한 안전성 논란을 충분히 잠재울 만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한국 식약처도 이번 연구결과들로 비스페놀A가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8개 연구는 아직 발표 전이지만 분석을 끝낸 연구들과 대동소이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 발표는 NTP가 한다. 그동안 진행된 CLARITY 프로그램의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한 내용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그 결과는 1년 정도 걸릴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로 비스페놀A 안전성에 대해 부정적인 학계와 소비자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가.

나는 과학자로서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비스페놀A의 안전성을 확신한다. 이번 연구로 학계와 규제기관들에서의 안전성 논란도 해소될 것이라고 본다. 미국 정부는 이번 결과를 유럽 식약처와 공유한다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는 데는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비스페놀A의 안전성을 알리고 안전한 제품을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pcbpa#비스페놀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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