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약사 1만명 부족… 지방 거점국립대 약대 육성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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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고령화와 보건의료 수요 증가로 의사 약사 등 의료 전문인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으나 공급은 많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지방 거점 국립대의 약사 양성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거점 국립대의 역량 강화가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지역균형 발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수도권과 일부 지방에만 집적된 바이오산업 및 보건의료산업 기반을 다핵화해 지역 실정에 맞도록 성장 동력화한다면 수도권 쏠림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 전문인력 공급난 속 정원 동결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실에 보낸 ‘입법조사 회답’에 따르면 2030년 간호사는 15만8000명, 의사 7600명, 약사는 1만742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사처는 보건복지부의 중장기 보건의료인력 수급동향조사 등을 인용해 이같이 밝히고 약사의 경우 2020년 7139명, 2025년 8950명 등 점차 부족 인원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바이오 제약시장 성장에 따른 제약 연구약사는 포함되지 않아 산업체의 수요까지 포함하면 약사 전문인력 부족은 더욱 심해질 상황이다.

약사 인력은 2020년부터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입학 정원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1700명으로 동결되어 있다. 현재 전국 35개 대학 약학대학 편입학 정원은 1693명(2016년)이다. 입법조사처는 2020년부터 신약 개발과 보건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약사의 양성을 위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약사 전문인력 ‘동네 약국’ 편중 문제

약학 전문인력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인력 편중 현상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2011년 정부는 연구 및 임상약사 양성을 목표로 약대를 6년제로 개편하고 15개 대학에 약대를 신설하는 등 490명을 늘렸다. 하지만 졸업생 대부분이 지역 및 병원 약국으로 진출하고 연구 및 제약 관련 연구 분야 진출은 미흡하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2015년)에 따르면 6년제 약대 졸업생 취업은 약국 개업 32.6%, 병원 약국 취업 29.6%, 대학원 12.6%, 제약회사 연구직 취업 8.9% 등이었다.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2013년 1626억 달러에서 2020년 1조3000억 달러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제약사가 뽑는 인력 중 약학 의학 화학 생물학 등 신약 개발에 필요한 전공자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미국 일본 등 제약산업 선진국의 경우 연구 및 관련 업무의 약사 비율이 50%인 것과 대비된다. 앞으로 △의약품과 임상 자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임상시험 디자인 설계 △빅 데이터와 인공 지능을 활용한 의료 시스템의 구축과 신약 개발 등에서 약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지방 공공의료기관은 기본 약무(藥務) 수행에 필요한 약사 인력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보건소에 필요한 약사 수는 352명이지만 실제 근무 인원은 169명(48.1%)으로 법으로 정한 최소 배치인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실정을 반영하듯 5월 대한약사회 약사미래발전연구원이 주최한 ‘병원 조직에서 약제부 조직의 미래 운영전략 세미나’에서 한균희 연세대 약학대학 학장은 “부족한 약사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방 국립대 약대 졸업생들에 한해 일정 기간 지자체장이 지정하는 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를 하게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 공감을 얻기도 했다.

○ ‘약대 계약학과 입학 정원 전환’ 논란

약학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한 상황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약대 계약학과’ 정원을 신설 약대 인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약대 계약학과는 제약 관련 기업이 직원을 4년간 대학에 입학시켜 약사 면허를 취득하도록 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2011년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연 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들어졌다. 현재 전국 14개 대학에서 77명 정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원래 교육부가 배정한 인원은 100명이었다. 23명이 미배정 상태로 남아 있는 것. 하지만 지원자 수가 2017년 4명, 올해는 0명 등으로 유명무실하다. 대학은 ‘입학 조건에 맞는 직원이 없다’, 기업은 ‘차라리 약사를 채용하겠다’, 직원은 ‘약사 취득 후 3∼5년간 의무 근무하는 것이 싫다’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활용되지도 못하는 ‘계약학과’ 배정 인원을 약대가 없는 대학에 신설해 전환하자는 논란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일부 약대 교수는 계약학과가 약사 인력 증가에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낭비라고까지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약사 인력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필요성이 있지만 전환 여부는 교육부 소관 사항이라는 입장이고, 교육부는 복지부가 약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통보하면 약대 신설 신청 및 심사를 거쳐 이뤄질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입법조사처는 밝혔다.

○ 지방 거점 국립대 약대 육성으로 패키지 해결 모색

문재인 정부가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국립대 발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 거점 국립대 약학대학 역할 강화는 다목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점 국립대 약대에 천연물 의약품 연구 등 미래성장 전망이 높은 바이오산업 관련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면 △대학 경쟁력 강화 △지역 일자리 증가 △바이오 스타트업 환경 조성에도 도움을 주는 등 지역산업 및 경제에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는 것. 다만 배출되는 약사가 개업으로 편중되지 않고 지역보건 공공성 강화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거점 국립대 약대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사 인력 공급이 부족하고 지역 거점 국립대 약대의 비중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전국 9개 거점 국립대 중 전북대와 제주대는 약대도 없는 상황이다. 두 대학은 약대를 활용할 충분한 인프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대가 없어 대학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전북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조업을 중단하고 GM대우 자동차 공장은 폐쇄되는 등 지역경제 기반이 더욱 취약해진 상황이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고령화#보건의료#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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