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의약]글로벌 무대 오른 한국 제약바이오 “위상 확 달라졌네”

  • 동아일보

해외 생산 공장 인수-신약 개발 등 괄목할 성장
의약품 핵심 시장 유럽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지명도가 극히 낮았지만 여러 기업들이 괄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생산 공장을 확보하는 한편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이유다.

SK그룹의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틀마이어스스퀴브(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을 인수하며 의약품 핵심 시장인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 설비를 통째로 인수한 첫 사례다.

BMS의 아일랜드 공장은 대형 원료의약품 8만1000L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SK바이오텍은 이번 인수로 현지 생산 설비와 전문 인력뿐만 아니라 BMS의 합성의약품 공급 계약을 가져오게 됐다. 이곳에서 생산 중인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공급 계약도 포함됐다. SK바이오텍은 10년간 이곳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해온 주요 공급사 중 하나다.

SK그룹은 이를 계기로 성장산업인 바이오제약 부문에서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 공장에서 생산되는 원료의약품은 인구 고령화로 수요가 늘고 있는 항암제와 당뇨병 치료제, 심혈관제로 시장 전망이 밝다.

이 같은 성과는 최태원 SK 회장이 바이오제약에 대해 뚝심 있게 장기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지속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제약 산업에 최 회장은 20년 이상 계속 투자를 해왔다. SK바이오텍은 2020년까지 매출 1조5000억 원, 기업가치 4조 원을 성장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1위 기업인 유한양행은 최근의 연구개발(R&D)과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확대 성과가 올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R&D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160억 원 늘렸으며 올해에도 같은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유한양행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면역항암제다. 지난해 미국 소렌토와 함께 설립한 R&D 기반 합작법인 ‘이뮨온시아’가 그 중심에서 개발을 진행한다. 이뮨온시아가 개발하는 면역체크포인트 항체의 임상시험은 올해 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으로는 올해 초 임상시험에 들어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YH25448’이다. 이는 2015년 7월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제노스코로부터 기술을 도입한 제품이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에서 YH25448이 기존 제품보다 약효와 부작용이 개선됐다는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뇌에 약물 투과율이 높고 뇌 전이에 강력한 항암효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유한양행 측은 뇌로 암이 전이된 폐암환자에게 차별화된 치료제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건설 중인 3공장이 완공하는 내년이면 연 36만 L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이 된다. BMS와 로슈 등 6곳으로부터 총 9개 제품을 수주하며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바이오의약 R&D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당뇨와 항암제 관련 6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을 확보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임랄디’가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긍정 의견’을 받았다. 조만간 판매 허가를 받으면 유럽 시장에서 선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은 주력 제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가 유럽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도 선전을 하면서 실적이 올랐다. 1분기(1∼3월) 매출액은 19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81.2% 늘었고,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1.3% 증가한 894억 원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7∼12월)부터는 세계 최초의 항암제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의 유럽 매출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더 높은 매출 증가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세계 최초의 퇴행성 관절염 동종세포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의 신약 품목 허가를 앞두고 있다. 인보사는 수술 치료 없이 간편하게 주사로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는 혁신 신약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약 50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에서는 임상 2상을 마쳤으며 임상 3상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의약#제약#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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