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과학 에세이]또 다른 지구, 외계 행성을 향한 인류의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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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보근 기자 paranwo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보근 기자 paranwon@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김재호 과학평론가
여름철 하늘을 수놓는 별자리 중 백조자리가 있다. 이 백조는 제우스의 변신한 모습이다. 제우스는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 헤라의 질투가 두려워 올림포스산을 빠져나올 때 백조로 변신한 것이다. 백조자리를 잇는 별은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다. 최근 이 백조자리에서 외계 행성 후보를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4034개. 그동안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외계 행성 후보들이다. 이 중 2335개는 추가 관측을 통해 외계 행성임이 확인되었다. 외계 행성은 태양계 밖에서 태양 이외의 항성 주위를 돌고 있는 별들을 뜻한다. 태양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공전하는 지구에 생명체가 살 듯 태양 이외의 항성을 도는 행성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외계 행성이 존재한다는 가설은 오랫동안 외면받아 왔다. 과학자들의 끈질긴 노력 때문에 이제야 외계 행성의 존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2009년 3월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지금까지 임무를 수행 중이다. 30분마다 15만 개나 되는 별의 밝기를 관측한다. 과연 우리 은하계에 지구 크기의 행성이 몇 개나 있는지 발견하려는 것이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발표에 따르면 백조자리에서 219개의 새로운 외계 행성 후보를 발견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총 50개의 행성이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고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0개는 이미 확인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비롯해 여러 관측으로 밝혀진 외계 행성들은 바위 혹은 가스, 얼음, 바다, 용암 등으로 이뤄져 있다. 외계 행성을 보면 비로소 지구의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새로운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행성이 있어야 한다. 적당한 빛과 물, 중력, 기체 등이 필요하다. 공전이 중요한 이유는 궤도를 이탈하지 않기 위해서다. 안정적인 중력을 확보해야 대기가 형성되고 생명체가 땅에 존재할 수 있다. 외계 행성 후보들은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거주 가능하다는 것은 항성에 너무 가깝거나 멀지 않고, 물이 행성의 바위 같은 표면에 고여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항성인 별들 앞을 지나가는 외계 행성만을 관측할 수 있다. 항성의 빛 때문에 행성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따라서 지구 같은 행성들은 현재까지 관측된 것 외에도 무수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별빛 투과 방법으로 별들을 오랜 기간 관측한다. 별이 잠시 흐려지거나 어두워지는 지점을 찾아내 행성이 별빛의 일부를 차단한 것을 분석한다. 흐려지는 기간과 빛의 양이 주요 단서다. 마치 달이 태양을 가리는 것을 통해 거리와 크기를 가늠하는 것과 같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아주 먼 태양계의 일부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행성은 같은 원반 혹은 면을 공전하고 있기에 지구와 거의 정렬되지 않는다. 약간 위나 아래로 기울어진 외계 행성들은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별빛 투과 방법으로도 측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로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파악한 부분은 밤하늘의 0.25%에 불과하다. NASA의 한 연구원은 하늘 전체를 관측하기 위해선 400대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많은 별이 과학자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인류가 가야 할 길은 까마득하며 이 때문에 오히려 발견의 공유와 탐사의 협업이 필요한 것이다.

외계 행성을 찾는 일의 배경엔 당연히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려는 의도가 있다. 유한한 인간의 처절한 도전이다. 16세기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한하다고 선언된 우주 공간엔 우리와 같은 종의 세계가 무한히 펼쳐져 있다.”

지금도 보이저 1호는 외계 문명에 지구를 소개할 골든 레코드를 싣고 우주를 유영하고 있다. 지구의 위치와 소리들, 인류의 메시지와 예술작품으로 외계와 소통하려는 것이다. 언젠가 또 다른 생명체를 만날지 모른다는 설렘으로 말이다. 그 전에 외계 행성을 찾아내 인류가 방문할 수 있다면 그 시일을 앞당길 수 있다. 더 많은 외계 행성을 찾아내면 낼수록 그 가능성은 커진다.

김재호 과학평론가


#별자리#외계 행성#케플러 우주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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