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선택과 집중으로 바이오 벤처에서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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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카마르도 세엘진 부사장 인터뷰

“바이오·제약기업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인류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셉 카마르도 세엘진 수석 부사장의 말이다. 세엘진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이다. 암·면역·감염성 질환 등 수요가 높은 질환의 혁신적인 치료제를 연구개발,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세엘진은 매년 전체 매출의 약 3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실제 전체 매출 대비 30%의 R&D 투자는 주요 다국적 제약사들과 비교했을 때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조셉 부사장은 11일부터 12일까지 한국에서 열린 ‘한국 제약산업 공동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컨퍼런스는 정부기관,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 간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연구개발과 신규 사업 분야에서 가치 있는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조셉 부사장은 ‘인류 건강의 미래를 바꾼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발표했다.

조셉 부사장을 만나 창립 30년 만에 세계적인 바이오제약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세엘진의 성장 동력은 무엇인지 들어보고 한국의 정책제도 환경을 짚어봤다. 또 바이오·제약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선순환 R&D 생태계를 구축해가기 위해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노력은 무엇인지도 함께 들어봤다.



―세엘진에서 담당하는 일은 무엇인가.


글로벌 헬스 부문(Global Health)과 대외협력 및 메디컬 전략 부문(Corporate Affairs Medical Strategy)을 책임지고 있다. 글로벌 헬스의 주요 활동은 말라리아, 결핵과 같이 여전히 인류에게 중대하지만 소외된 질환들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이다. 대외협력 및 메디컬 전략 부문에서는 정부, 환자, 대중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세엘진이 어떻게 환자들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지 알리고 교육하는 일들을 한다.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은….

세엘진의 ‘레날리도마이드’와 같은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 배경과 바이오·제약 산업에 필요한 조건 등에 대해 소개했다. 바이오·제약 산업에 몸담고 있다면 우리의 노력을 통해서 인류의 보건과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과 그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제약기업에는 ‘혁신에 대한 보상’도 매우 중요하다. 혁신에 대한 재정적인 보상과 혜택을 통해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세엘진이 글로벌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세엘진의 빠른 성장에는 다발골수종 치료제인 ‘탈리도마이드’의 성공을 들 수 있다. 탈리도마이드는 탄탄한 과학적 근거들을 바탕으로 기존에 특별한 치료제가 없었던 다발골수종 영역에서 기존 치료제들보다 큰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후 세엘진의 과학자들은 지속적인 R&D를 통해서 탈리도마이드 보다 개선된 치료제 레날리도마이드를 개발할 수 있었다. 임상시험도 성공적으로 진행해 치료제의 유효성과 상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치료제의 성공은 수익의 일부를 다른 치료제 연구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R&D의 원동력이 됐다.

다른 바이오제약 회사와의 파트너십, 인수 역시 중요한 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아자시티딘, 포말리도마이드와 같은 혁신적인 치료제들도 개발·출시할 수 있었으며 유방암, 폐암 등과 같은 다른 암종에 대한 연구에 재투자할 수 있었다. 이처럼 발생한 수익을 다시 R&D에 투자하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혁신적인 치료제들을 개발·출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 세엘진의 중요한 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새롭게 개발 중인 치료제들이 있나.

세엘진은 인류에게 여전히 중대하지만 소외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임상적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2009년 글로벌 헬스 부문을 창립했다. 현재 다양한 질환들에 대한 임상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환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치료제들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전히 완치가 어려운 대표적인 질환이 결핵이다. 일부 결핵의 경우 폐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히는데 이와 관련해 결핵이 가져올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임상시험의 대상이 되는 질환영역을 결정하나.

세엘진의 연구 대상이 되는 질환영역에 대한 결정은 기존에 개발했던 후보물질, 치료제 등에서 비롯된다. 세엘진의 경우 일차적으로 개발했던 치료제는 다발골수종 치료제였다. 해당 치료제가 성공을 거두면서 다발골수종 주변 영역의 질환들에 대한 후속 연구들을 진행했다. 혈액종양 분야의 R&D에 집중함으로써 혈액종양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었다.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매출이 발생하고 난 후 의학적 수요가 높은 질환영역에 더욱 집중해왔다.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질환영역이나 환자가 소수이기는 하지만 중증 환자들이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질환영역을 찾아 R&D를 진행해 오고 있다.

―신약 개발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바이오·제약 기업들은 연구하고자 하는 질환영역과 접근방법이 고유하고 특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투자에 대한 혜택이 있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데 바로 ‘예측가능성’이다. 치료제에 대한 허가승인, 특허보호, 혁신에 대한 보상 등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 예측가능성은 R&D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미국은 정책적인 차원에서 R&D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했는데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10년 전 한국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정부가 만들어 온 정책 환경들이 매우 공정하고 과학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 정부에서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국제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고 기업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신약의 급여 결정까지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되는 점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신약의 급여 결정은 환자가 신약을 공급받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이 수년씩 걸리는 점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의 부사장으로서 한국의 관련 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혹시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 하더라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개개인의 능력이 다른 사람들과 잘 연결된다면 그 역량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건의료분야에서 신약의 개발을 위한 R&D는 독자적 노력, 파트너십뿐만 아니라 보건당국, 환자들과의 연결고리도 중요하다. R&D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질환에 대한 연구에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 번 의학계 최고의 혁신이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바이오#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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