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고 지나간 사람의 얼굴도 뇌는 기억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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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기억 사라지지 않고 뇌에 남아… 자기장으로 뉴런 자극하면 되살아나

 본인 확인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전송받는 6자리 인증번호, 길을 가면서 마주친 사람의 얼굴. 순간적으로 접한 정보는 잠시만 기억할 뿐 시간이 지나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단기기억도 뇌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위스콘신대 정신과학과 네이선 로즈 교수팀은 미국 노터데임대, 벨기에 리에주대와 공동으로 뇌신경세포(뉴런)를 활성화할 수 있으면 단기기억도 되살려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피험자)에게 한 개의 단어 또는 얼굴 그림을 2초간 보여준 다음, 이때 뇌의 어떤 뉴런이 활성화되는지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확인했다.

 그 다음 연구진은 피험자에게 많은 단어와 얼굴 그림을 무작위로 보여줬다. 그러자 피험자는 처음 본 단어나 얼굴 그림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산만한 정보를 접하며 기억해야 할 내용을 잊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자 활성화됐던 뉴런도 다시 비활성화됐다. 잠시 후 연구진은 자기장으로 2∼3초간 뉴런을 자극했다. 그러자 피험자는 처음에 봤던 단어와 얼굴을 바로 구별해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단기기억에 대한 기존 이론에 배치된다. 이전까지 단기기억은 뉴런끼리 일시적으로 연결돼 생겼다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과학자들은 단기기억을 유지하려면 해당 뉴런이 계속 활성화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로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기기억은 휴면 상태에 있을 뿐 반복해서 상기시키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며 “단기기억도 얼마든지 재생이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단기기억#자기장#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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