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교수의 과학 에세이]바닷물의 부피와 집회 군중의 밀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미국 뉴멕시코의 사막에서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이 폭발했다. 폭탄 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현장의 벙커 안에 있었다. 그 가운데는 엔리코 페르미(193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도 있었다. 그는 원폭의 충격파가 지나갈 때 종이 한 장을 살며시 떨어뜨리고 그 이동거리를 잰다. 그리고 폭발력이 TNT 1만 t 정도라고 예측했다. 실험 후 미 국방부는 폭발력을 알아내기 위해 막대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했는데, 결과는 2만 t이었다. 페르미는 신묘한 무당이었을까? 페르미가 쓴 방법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바닷물을 컵으로 모두 퍼내려면 몇 번을 퍼야 할까? 우선 지구 바닷물의 부피를 추정해야 한다. 지구의 표면적은 4 곱하기 원주율 3.14 곱하기 지구 반지름의 제곱이다. 지구의 반지름은 6400km이고, 지구 표면적의 70%가 바다다. 부피는 면적 곱하기 깊이니까, 바다의 평균 깊이만 알면 전체 부피가 구해진다.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이 10km 정도다. 평균 깊이는 수 km라고 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여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수백 m는 아닐 거다. 이건 근해(近海)의 깊이니까.

 평균 깊이를 대략 1km라고 하면 바닷물의 부피는 3억5000만 km³가 된다. 과학적 추정치를 보면 14억 km³ 정도라고 하니까 우리가 구한 답의 4배쯤 된다. 우리 예측이 아주 엉터리는 아니란 말이다. 이제 이 값을 컵 하나의 부피인 200mm로 나누어 주면 횟수가 나온다. 1하고 0을 24개쯤 써야 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페르미 추정은 몇 가지 정보만 가지고 답을 추론하는 방법이다. 손도 못 댈 것 같은 문제의 대략적 답을 구하는 데 유용하다.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 참석자 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경찰은 26만 명이라고 추정한 반면, 주최 측은 100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참석 인원을 정확히 알려면 항공사진을 찍은 후 컴퓨터 판독을 하면 된다. 물론 우리는 이렇게 할 수 없으니 페르미 추정을 해 보자.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데, 시위대가 점유한 면적을 한 사람이 차지하는 면적으로 나눠 주면 그만이다.

 한 사람이 차지하는 면적을 정하기는 쉽지 않다. 경찰은 서 있는 사람의 경우 3.3m²(1평)당 9∼10명, 앉은 사람의 경우 6명으로 셈한다고 한다. 대략 8명을 기준으로 하면 1명이 차지하는 공간은 0.41m²다. 이 숫자는 미국 저널리스트 허버트 제이컵스가 제시했던 군중 한 명당 점유 면적에 가깝다. 경찰 추산이 26만 명이므로 시위대 점유 면적이 10만 m² 정도였다는 말이다.

 군중이 점유한 면적을 추정해 보자. 세종대로는 폭 100m 길이 600m의 옛 세종로와 폭 50m 길이 1100m의 옛 태평로 구간으로 나뉜다. 옛 태평로는 절반 정도인 600m만 점유한 것으로 하자. 모든 면적을 합치면 얼추 10만 m²가 된다. 경찰의 추정치는 여기서 나온 듯하다. 하지만 시위대는 을지로, 종로, 청계천과 여기저기 작은 길에도 가득 있었다. 이들의 수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앞에서 구한 인원의 20%는 될 거라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찰 추산에 근거하여 참석자는 31만 명이 된다.

 촛불 집회의 군중 밀도는 경찰 기준치보다 높았다는 것이 많은 이의 증언이다. 록 콘서트처럼 사람들이 꽉 들어찬 경우는 1인당 0.23m²다. 실제 이보다는 클 테니, 평당 10명인 0.33m² 정도가 될 듯하다. 그러면 38만 명 정도 된다. 하지만 이것은 어느 한순간의 숫자다. 12일 본행사는 4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었다. 이 동안 사람들이 시위 현장을 드나들었으므로 참석자가 앞의 추정치보다 클 것이다. 만약 참석자 절반이 모든 시간을 참석했고 나머지 절반이 3시간 정도 있었다고 가정하면 참석자는 57만 명 정도 된다. 가정에 따라 구체적 값이 변할 수는 있지만, 아무리 최소로 잡아도 26만 명보다는 훨씬 많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도시 인구 전체가 거리로 나온 것이다. 이들의 구호는 단 하나였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원자폭탄#엔리코 페르미#촛불 집회#군중 밀도#하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