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서유헌]노벨상이 주는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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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헌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
서유헌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
 올해에도 노벨상이 발표되고 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일본 과학자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받아 노벨 과학상 하나 없는 우리에게 많은 걸 느끼게 한다.

 노벨상 심사에 관여하고 있는 골드스타인 박사는 과학 발전에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가장 중요한 2가지 요소는 “새로운 발견과 발명을 통한 창조”라고 2007년 ‘네이처’에 기고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얼마나 많은 논문을 내고 인용이 얼마나 많이 되었느냐보다는 어떤 생명 현상을 최초로 발견하여 이를 학설로 발표하고 실험으로 증명하거나 약 또는 과학장비를 발명한 과학자에게 노벨상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일반 특수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은 물론 그 존재를 입증한 과학자들도 노벨상을 받았다. 세포내 단백질과 손상된 소기관들을 분해하는 공장인 리소좀 연구로 1974년 노벨상을 받은 벨기에의 드뒤브 박사는 자가 포식현상을 처음으로 기술하였고, 오스미 교수는 그 존재를 현미경으로 증명하고 관련 유전자들을 발견한 공로로 올해 노벨상을 받게 됐다.

 작년 중국에 처음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안겨주었던 투유유 교수는 대부분의 치료제 개발 연구를 중국 국내 저널에 발표하고 국제 저널은 영향지수 2 미만인 ‘프란타메디카’에 발표했다. 재작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오키프 박사는 뇌의 내비게이터인 장소 세포를 발견하고 ‘네이처’나 ‘사이언스’가 아닌 브레인리서치와 실험신경학에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향지수와 인용지수가 높은 저널에 실려야만 채용이나 승진이 가능하다고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세계 처음으로 어떤 생명 현상을 발견하여 새로운 학설을 제안하고 새로운 약이나 장비를 발명한 경우 ‘네이처’ 등에 실리는 게 쉽지 않아 일본이나 중국 과학자들은 남보다 먼저 내기 위해 자기 나라 저널에 투고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열정과 능력이 서구나 일본 과학자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새로운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서 새로운 학설을 제시하고 증명해 나가고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도전적 연구가 많지 않다. 학설을 제시하는 단계부터 연구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많이 양성해야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서유헌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
#노벨상#노벨 생리의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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