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네이버 ‘라인’의 美日 상장 대박, 혁신DNA 일깨웠다

  • 동아일보

한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업체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이 미국과 일본에 동시 상장한 첫날 급등세로 장을 마감했다. 어제 일본 도쿄 증시에서는 공모가보다 32% 상승한 4345엔으로, 14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도 공모가보다 27% 오른 41.5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토종 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키워 글로벌 증시 두 곳에 동시 상장시킨 것은 처음이다. IT 기업의 글로벌 시장 도약에 모처럼 희망을 주는 ‘대박’이다.

네이버의 이해진 이사회 의장은 첫 모바일 메신저인 네이버톡이 선발주자인 카카오톡에 밀리자 좁은 우리 땅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것도 한국 기업이 뚫기 어려운 일본에서 2011년 그들에게 맞는 라인을 개발했다. 5년이 지난 지금, 라인은 세계 200여 개국 2억여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일본 태국 대만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의 ‘국민 메신저’다.

이 의장은 살아남으려는 절박함과 종사자들의 헌신이 성공 비결이라고 했다. 각국의 입맛에 딱 맞는 현지화에 만화 배달 캐릭터 같은 서비스를 연계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다른 IT 기업들이 배워야 할 대목이다. 라인의 신중호 최고글로벌책임자(CGO)가 이 의장보다 2배나 많은 스톡옵션을 받아 공모가 기준으로 3200억 원의 ‘주식 거부’가 된 점도 눈길을 끈다. 신 CGO가 일본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라인을 성공시키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기에 이 의장은 자신보다 더 많은 스톡옵션을 안겼다. 창업주나 오너보다 혁신으로 성과를 낸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는 네이버의 시스템은 젊은 인재들이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출시된 지 열흘도 되지 않은 ‘포켓몬 고’ 사용시간이 세계 최대 메신저 기업 페이스북을 제치는 것이 인터넷 세상이다. 이 의장이 “매일매일이 두렵다”고 한 것도 엄살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이 의장은 승부는 해외 시장에서 내야 한다며 라인 상장으로 얻은 약 1조5000억 원을 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검사에게 주식 뇌물을 바친 넥슨 같은 IT업체도 있지만 기술투자와 불굴의 정신으로 성공한 네이버가 있어 더욱 고맙다. ‘혁신하지 못하면 죽는다’ ‘국내에서 어려우면 해외로 간다’는 이 의장의 각오가 정말 오랜만에 우리의 ‘하면 된다’ DNA를 일깨워 주고 있다.
#네이버#라인#네이버톡#이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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