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가내 수공업 혹은 제3의 산업혁명이라 불리며 주목받던 3D프린터의 열기가 최근에는 잠잠해진 모습이다. 산업용 3D프린터의 경우 다양한 소재와 색상을 동시에 사용하거나 커다란 결과물을 빠르게 출력하는 등 기술면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반면 일반 사용자를 위한 3D프린터는 소식이 뜸하다. 가격은 가정용이라 부를 만큼 낮아졌지만, 정작 이를 구매해서 일반 가정에서 마땅히 쓸 곳이 거의 없다. 이런 이유에서 아직은 가정에서 교육용으로 3D프린터를 사용하거나, 디자이너가 간단한 시안을 만드는 정도로 사용한다.
3D펜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3두들러(3Doodler)는 이러한 용도에 어울리는 물건이다. 출력 버튼을 누른 뒤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3D프린터와 달리 3두들러는 간단한 예열만 거친 뒤 즉시 사용할 수 있다. 전체적인 외형을 보면 두꺼운 펜과 비슷하다. 뒷면에는 작동 상태를 알려주는 LED, 필라멘트를 삽입하는 구멍, 전원 연결 단자 등이 있으며, 바로 아래에 온도를 조절하는 레버가 있다. 펜 앞쪽에는 녹은 필라멘트를 압출하는 속도를 조절하는 버튼 두 개가, 반대쪽에는 남은 필라멘트를 확인는 점검 창이 있다.
3두들러(출처=IT동아)
사용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전원을 연결한 뒤 5분 정도 예열을 마치고, '심'에 해당하는 필라멘트를 뒤에 있는 구멍으로 넣으면 된다. 전면에 있는 모터에 걸릴 때까지 밀어넣으면 잠시 뒤 녹은 필라멘트가 나오기 시작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빠르게(FAST)와 느리게(SLOW) 두 가지 속도로 조절할 수 있으며, 한 번 더 눌러서 작동을 일시정지 할 수 있다(자세한 설명은 사용 설명서를 참조하자).
3두들러를 사용하는 모습(출처=IT동아) 이후 펜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리듯 사용하면 된다. 일반 펜과 달리 3차원 공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사용 설명서에는 가장 먼저 이름을 써보라고 추천한다. 종이 위에 필기체로 글씨를 쓰듯 흘려 쓰면서 간단한 사용하는 감각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맨바닥에서 직접 작업하는 것보다 종이를 깔고 작업하는 것을 좋다. 맨바닥은 미끄러워서 녹은 필라멘트가 잘 접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3두들러를 사용하는 모습(출처=IT동아) 약간의 요령만 있으면 바닥과 수직으로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한쪽 끝을 바닥에 잘 붙인 다음 3두들러를 위로 잡아 당기고, 출력을 일시정지 한 뒤 3초 정도 식히면 된다. 이런 요령으로 삼각 뿔이나 정육면체 등도 만들 수 있다.
3두들러로 정육면체를 만드는 모습(출처=IT동아) 이제 본격적으로 무언가 만들어보자. 필자는 작은 탑을 만들어봤다. 우선 종이에 받침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얇은 판을 만들고, 판 위에 사각형 모양으로 몸통을 쌓아 올렸다. 이후 정육면체를 만드는 요령으로 지붕 파트를 따로 만든 뒤 몸통과 결합했다.
3두들러를 사용하는 모습(출처=IT동아)
3두들러를 사용하는 모습(출처=IT동아) 직접 만들어보니 사용 방법은 쉽지만, 잘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모터로 헤드를 움직이는 3D프린터와 달리 펜 끝을 직접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일직선을 긋기 힘들고, 무엇보다 필라멘트 압출량에 맞춰 펜을 움직이지 않으면 두께가 들쭉날쭉이다. 어느 정도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 사용한다면 제법 재미있는 조형물을 만들 수 있겠다.
3두들러를 사용하는 모습(출처=IT동아) 사실 필자가 이 제품을 처음 봤을 때 알맞은 용도로 생각했던 것은 끝이 부서진 물건을 복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끝이 깨진 화분에서 깨진 부분을 필라멘트로 대체하면 원래 모양을 어느 정도 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제한적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표면이 너무 매끄러우면 필라멘트가 고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표면에 마찰이 있는 물체가 아니라면 필자가 생각했던 용도로 사용하기 어려울 듯하다.
3두들러를 사용하는 모습(출처=IT동아) 작업을 마쳤으면 내부에 필라멘트를 남겨두지 않는 것이 좋다. 굳은 필라멘트가 노즐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출 버튼을 빠르게 두 번 누르면 남아있는 필라멘트가 거꾸로 나온다. 남은 필라멘트 길이가 펜보다 길다면 이 방법으로 꺼내면 된다. 이 방법으로 필라멘트 색깔을 바꿀 수도 있다. 참고로 사용하다 꺼낸 필라멘트는 끝을 잘라서 깨끗하게 해야 필라멘트가 걸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만약 필라멘트가 짧다면 가급적 다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부득이하게 빼야 한다면 기본 포함된 막힘 제거봉으로 밀어서 필라멘트를 꺼내면 된다.
점검창으로 남은 필라멘트를 확인할 수 있다(출처=IT동아) 두 시간 사용한 뒤에는 전원을 끄고 삼십분 정도 식혀주는 것이 좋다. 너무 과열되면 필라멘트가 지나치게 녹아버릴 수도 있고, 이 때문에 노즐이 막힐 가능성도 있다.
3두들러 가격은 필라멘트 두 팩이 포함된 패키지 기준으로 14만 9,000원이다. 디자이너라면 간단한 목업을 손으로 그리듯 만들 수 있고, 아이에게는 머리로 상상했던 물건이나 구조를 직접 현실 세계에 만들 수 있는 재미있는 장난감이 될 수 있으리라(참고로 작동 중에는 노즐 부분이 매우 뜨거우니 아이 혼자 사용하게 두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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