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의료계 ‘블루칩’ 떠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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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을 방문한 카자흐스탄인 유리 로고프 씨(62·왼쪽)가 전립샘암을 치료받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성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7일 한국을 방문한 카자흐스탄인 유리 로고프 씨(62·왼쪽)가 전립샘암을 치료받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성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카자흐스탄에서 재계 순위 10위권에 드는 한 기업 오너의 부친은 올해 7월 한국을 찾자마자 분당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대장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곳에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귀국했다. 같은 달에는 카자흐스탄 정치권의 고위 인사가 이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이 의료계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2890명(전체 외국인 환자의 1.4%)에 불과하던 카자흐스탄 환자의 국내 치료 건수가 2014년엔 8029명(전체 외국인 환자의 3.0%)으로 2.8배 늘어났다. 2010년에 비해서는 23.2배 늘어난 것이다. 2013∼2014년 외국인 환자 증가세는 모든 국가 중 가장 높았고, 최근 5년간(2010∼2014년)으로 따지면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2위다.

우리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국가인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최대의 산유국으로 우즈베키스탄 등 인근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제성장이 빠른 편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1만1488달러로 인근 국가 중 가장 높다.

그러나 의료의 질은 낙후된 편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평가다. 특히 옛 소비에트연방에서 최초로 핵실험이 진행된 곳이라 암 등 중증질환 환자가 많다. 성형외과로 몰리는 중국인 환자와는 달리 카자흐스탄 환자들은 지난해 국내에서 내과 진료(3792명·47.2%)를 받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1인당 진료비도 413만 원으로 중동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다.

이전까지 독일과 이스라엘 등으로 가던 카자흐스탄 환자들이 최근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은 정부와 의료계의 카자흐스탄 공략과 더불어 우리 의료 서비스의 높은 질이 카자흐스탄 상류층에 입소문이 난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2011년 카자흐스탄 정부와 의료 및 의료기기의 신기술 정보 공유 등에 관한 업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카자흐스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6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양국 보건의료협력회의를 열기도 했다. 현지 의사들을 초청해 우리나라에서 무료로 연수를 시키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카자흐스탄인 의사 나디아 무신 씨(35)는 “지난달에는 내 친척도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갔다”면서 “한국이 독일, 이스라엘 등에 비해 의료비는 저렴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친절하고, 의료의 질은 세계에서 상위권이라며 카자흐스탄 의사들이 한국행을 많이 권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제도 있다. 올해 8월부터 카자흐스탄의 통화가치가 폭락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환자가 급감했다는 것.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지속적으로 카자흐스탄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더 신경 써야 할 시점”이라며 “현지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카자흐스탄 환자들에 대해 음식 서비스 및 치료 시 더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카자흐스탄#블루칩#소비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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