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바이오 3D 프린팅, 그래핀 등 UNIST 각인시킬 10개 분야 만들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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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영 울산과학기술원 초대 총장

12일 개원식을 열고 제2의 도약을 공식적으로 알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무영 초대 총장은 “2030년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UNIST 제공
12일 개원식을 열고 제2의 도약을 공식적으로 알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무영 초대 총장은 “2030년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UNIST 제공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인 과학기술 선도 대학이 되자.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비전은 2009년 개교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구체적인 목표는 2030년 세계에서 상위 10위권 대학으로 성장하는 겁니다.”

13일 UNIST에서 만난 정무영 총장은 “이차전지, 바이오 3차원(3D) 프린팅, 그래핀 등 UNIST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연구 분야 10개는 임기 중 만들어놓을 계획”이라며 “UNIST가 현재 세계 10위권 대학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처럼 커 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UNIST는 2009년 국립대학법인으로 개교한 지 약 6년 만인 지난달 말 과학기술원으로 전환됐다. 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이어 4번째 국가 과학기술원이 된 것이다. 정 총장은 UNIST가 과학기술원으로 제2의 도약에 나선 시기에 초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전날(12일) 개원식과 총장 취임식도 끝냈다. 그의 말투에선 묵직한 책임감이 묻어났다.

정 총장이 ‘UNIST맨’이 된 건 2008년. 그전까지는 20년을 포스텍에 몸담았던 ‘포스텍맨’이었다. 미국 위스콘신대 산업공학과 조교수로 있던 그는 시카고에서 열린 학회에서 우연히 고 김호길 포스텍 초대 학장을 만난 일을 계기로 포스텍 창립 멤버가 됐다. 그리고 2006년 포스텍 산업공학과를 세계 1위로 키워냈다.

그는 “여러 지표를 분석해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해 보니 딱 한 가지만 미국 스탠퍼드대에 1위 자리를 내줬을 뿐 나머지 지표는 모두 1위였다”며 “백지 상태의 무(無)에서 학과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기쁨과 보람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UNIST에서 그의 이런 노하우는 빛을 발했다. 지하에 1000억 원 규모의 첨단 연구 장비를 모아 필요한 연구자는 누구든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연구지원센터(UNIST Central Research Facilities)’는 정 총장이 아이디어를 내서 세웠다. 연구지원센터는 로드니 루오프 자연과학부 교수(기초과학연구원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 등 해외 석학들이 UNIST행을 결심하게 만든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연구 평가 기준도 모조리 뜯어고쳤다. 정 총장은 “1인당 논문 피인용 횟수 외에 논문 한 편당 피인용 횟수도 중요하다”며 “연구는 양보다 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UNIST는 교수 평가 기준을 레벨 1∼4로 나눈 자체 연구 역량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기초과학의 경우 연구 분야별로 전 세계 상위 7%에 들어가는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면 가장 우수한 레벨 1로 인정한다. 2018년에는 레벨 1의 기준이 상위 5%로 더욱 빡빡해진다. 컴퓨터공학 등 연구 분야별 특성을 고려해 산학 협력을 통한 기술이전 실적 등도 평가에 반영한다.

정 총장은 노벨상 욕심도 많다. UNIST 캠퍼스 중앙에 자리 잡은 ‘가막못’이라는 연못에는 다리가 총 9개 있는데, 일부러 다리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를 최소 9명은 배출해 다리에 이름을 하나씩 붙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원 ‘막내’로 출발한 UNIST의 향후 전략에 대해 정 총장은 “앞으로는 경쟁보다 협력이 더 중요한 시대”라며 “3개 과학기술원과 연구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울산=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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