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상생 펀드 1000억원 조성”

■ ‘NHN 상생 방안’ 어떤 내용 담았나?

상생협의체 구성…벤처기업과 동반성장
서비스 영향 평가제·검색광고 표시 개선

구체적인 실행계획 빠져…우려 목소리도

“늦었지만 주변과 함께 가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vs “일단 환영하지만 구체적 실행계획을 지켜봐야 겠다”

‘독과점’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운영사 NHN이 ‘상생’을 위한 방안을 내놨다. NHN은 29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터넷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파트너들과 ‘상생협의체’를 만드는 한편, 총 1000억원의 자금을 조성해 국내 벤처와 콘텐츠 제공업체를 위해 지원한다는 내용이 그 골자다. NHN은 향후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한 뒤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NHN의 ‘상생 방안’에 대해 관련업계의 반응은 신중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NHN의 이번 상생 방안엔 일단 환영한다”는 분위기가 많지만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없고 2010년에도 포털과 중소 인터넷 업체간 상생을 위해 ‘인터넷상생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뚜렷한 소득이 없었다.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 NHN의 늦은 ‘반성문’ 무슨 내용 담았나…상생협의체 구성 등 소통 창구 마련

NHN이 이날 발표한 방안은 ▲상생협의체 구성 ▲서비스 영향 평가 제도와 표준계약서 제도 도입 ▲1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지원 ▲검색광고 표시 개선 ▲음란물 등 불법 유해 정보 차단 ▲콘텐츠 해외 진출 지원 등이다.

NHN은 먼저 파트너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네이버 서비스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고, 유관 협회들과 공동으로 ‘벤처기업 상생협의체(가칭)’도 만들어 운영키로 했다.

또 신규 서비스가 인터넷 생태계에 피해를 주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비스 영향 평가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아울러 포털과 콘텐츠 사업자들의 제휴 계약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인터넷 생태계 조성을 위한 자금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벤처 창업 활성화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벤처 창업 지원 펀드’를 조성하고, 이와는 별도로 500억원 규모의 ‘문화 콘텐츠 펀드’도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다.

‘정보’와 ‘광고’의 오인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검색광고 표시도 개선키로 했다. 네이버 검색 결과 내에서 광고가 더욱 명확하게 구분·인식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음란물 등 불법 유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전 세계 2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라인’ 등을 통해 애플리케이션과 웹툰, 게임 등의 콘텐츠 해외 진출도 도울 계획이다.

● NHN의 ‘상생 방안’ 왜?…독과점 논란 의식해 방안 마련

NHN이 이번 상생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최근 시장에서 불거진 ‘독과점’ 논란과 무관치 않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NHN이 70%가 넘는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을 바탕으로, 불공정 행위를 해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면서 골목상권에 피해를 줬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최근 ‘공정과 상생의 인터넷사업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갖는 등 인터넷 포털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이른바 ‘네이버 규제법’ 추진을 본격화 했다.

NHN이 상생방안을 발표한데 대해 관련 업계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NHN의 전향적인 변화가 인터넷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반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네이버의 독과점 폐해’는 이미 오래 전부터 불거졌던 문제지만 지금까지 해결 기미가 전혀 없었고, 이날 발표한 상생방안에도 구체적 실행계획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트위터@kimyke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