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나이는 어린데 몸은 벌써… “아이들 뛰어놀게 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7일 03시 00분


성조숙증 예방법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아이는 2만8000명을 넘어섰다. 5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동아일보DB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아이는 2만8000명을 넘어섰다. 5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동아일보DB

초등학교 1학년인 이모 양(8)은 또래보다 키가 10cm가량 크다. 체격도 다소 뚱뚱한 편이다. 최근 젖멍울이 생기고 가슴이 점점 커지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기 시작했다. 당황한 부모가 이 양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의사는 성조숙증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몸이 나이보다 빨리 자라면서 2차 성징이 일찍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양처럼 성조숙증을 보이는 아이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런 경우 여자 아이들은 만 8세 이전에 가슴이 나오고 만 10세 이전에 초경을 한다. 남자 아이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아이는 2010년 2만8000명을 넘어섰다. 2006년 진료 받은 아이가 643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동안 4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해마다 약 45%의 증가율을 보였다.

성별로 비교하면 여자 아이가 2만6064명으로 전체의 92.5%를 차지했다(2010년 기준). 여자 아이의 초기 성장이 남자 아이보다 빠른 만큼 성조숙증을 보이는 비율 역시 높기 때문이다.

유방의 발육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여자 아이에 비해 남자 아이는 성기가 커지는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측면도 있다.

성조숙증이 늘어난 이유는 식습관의 서구화에 따라 키와 체중이 나이보다 크고 무거워진 아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뇌는 아이가 다 큰 것으로 간주해 2차 성징을 나타나게 하는 성선(난소, 정소) 자극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많아진 비만세포에서도 렙틴 호르몬이 나온다. 이렇게 분비된 호르몬들이 바로 성조숙증을 초래하는 것이다.

또 공부나 컴퓨터 게임 등으로 잠을 늦게 자면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멜라토닌이 감소하면서 생기기도 하고 다이옥신, 프탈레이트 같은 환경호르몬도 영향을 미친다.

성조숙증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 성장판이 빨리 닫혀 키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데 있다. 특히 여자 아이의 경우 10세 이전에 초경을 경험하면 초등학교 4,5학년 때 성장이 멈출 수도 있다.

또 너무 일찍 가슴이 커지고 초경을 시작한다면 학교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2차 성징을 보이지 않더라도 또래보다 키가 크고 과체중 이상이라면 성조숙증 여부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평균 키는 남자 120cm, 여자 119cm 정도다. 만약 부모의 키가 평균치 이하인데 아이가 이 평균치보다 7∼8cm 이상 크다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검사는 아이의 유방 발달이나 고환 크기 등을 재고 음모를 관찰하거나 여드름의 정도를 파악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또 키와 체중을 확인해 비만 여부를 관찰하고 성조숙증에 대한 가족력이 있는지도 파악한다. 혈액검사를 통해 성선 자극 호르몬 수치도 살펴본다.

성조숙증으로 확진되면 성선 자극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성장 속도를 나이에 맞게 조절하는 호르몬 제제 주사를 한달에 한번꼴로 주사한다.

이 같은 치료를 받으면 여자 아이는 유방이 작아지고 월경이 사라진다. 남자 아이는 고환이 작아지고 발기나 자위행위, 공격적인 행동이 줄어들기도 한다.

이를 통해 당장의 성장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뼈를 천천히 성숙하게 하고 성장판도 늦게 닫히게 해 최종 키를 키우는 것이다.

성조숙증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이들을 그저 뛰어 놀게 하는 것이다. 아이가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뛰어 놀면 자연스레 운동을 하게 되고 비만도 예방하며 입맛이 좋아지고 충분한 수면도 취할 수 있다. 학교와 학원 등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만 하게 하는 것은 키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단백질이 풍부한 살코기, 콩, 두부, 우유 등을 충분히 먹게 한다. 다만 시중에 키가 크게 한다는 각종 약품과 건강식품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도움말=이기형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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