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픈 아이들, ‘덜컥 수술’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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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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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청소년 요통 대처법

스트레칭으로 요통예방-집중력 향상 ‘일석이조’ 장시간 앉아있는 학생이라면 쉬는 시간에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좋다. 요통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신경 안정과 집중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동아일보DB
스트레칭으로 요통예방-집중력 향상 ‘일석이조’ 장시간 앉아있는 학생이라면 쉬는 시간에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좋다. 요통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신경 안정과 집중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동아일보DB
초등학생인 이모 군(10)은 늘 허리가 아프다. 뚱뚱한 체격에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이 군의 유일한 취미는 컴퓨터 게임이다. 학교가 끝난 뒤 학원을 여러 군데 다녀야 하기 때문에 가방은 늘 무거운 편이다.

고등학생인 김모 양(17)은 최근 병원에서 ‘척추가 20도가량 휘었다’는 진단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 평소 등과 허리가 구부정해 원래 키보다 작아 보이고 어떤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나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허리까지 아파 오자 병원을 찾았던 것이다.

이 군과 김 양처럼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늘고 있다. 특히 사춘기 때 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린이, 청소년 요통은 증상과 원인, 치료법이 성인과 많이 다르다. 어른들은 염좌(삐는 것)나 근육 경직에 의한 요통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 가방만 가벼워도 요통 대부분 없어져

소아, 청소년 요통 대부분은 자세 이상과 비만 등이 원인이다. 책상에 앉아 생활하는 시간과 컴퓨터 사용이 많아지고 적절한 운동을 못해 생긴 것이다. 학업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도 관련이 있다.

이럴 때는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요통을 없앨 수 있다. 우선 수업시간이나 공부할 때 척추를 곧게 세우고 앉도록 한다. 쉬는 시간에 허리를 풀어주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요통 치료에 도움이 된다. 특히 무거운 가방을 메지 않는 게 중요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운동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한 달 이상 극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거나 △요통과 열이 동반되고 △체중 감소가 함께 나타나거나 △허리가 옆으로 휘는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척추측만증, 척추분리증, 요추 추간판 탈출(허리 디스크), 척추골수염, 종양 등으로 척추 자체에 문제가 있어 요통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여성, 청소년 9% 척추측만증

서승우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이 지난해 서울·경기지역 초중고교생 10만7854명(남 5만5546명, 여 5만2308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전체의 6.8%(남 4.7%, 여 9.1%)가 척추측만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C자 혹은 S자 모양으로 10도 이상 휘는 질환을 말한다. 5년 전(2007년)과 10년 전(2002년)에 비해 각각 1.5배, 5배 증가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량 많다.

척추측만증의 주원인은 운동 부족이다. 운동량이 줄면서 척추를 잡아주는 허리 근육과 관절이 약해져 척추가 휘는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청소년기 여성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관절을 잡아주는 인대와 근육이 남성보다 유연하고 약하기 때문에 더 취약하다.

휘어진 각도가 20도 이하일 때는 운동과 자세 교정을 통해서도 치료가 가능하다. 25도 이상이면 보조기구를 쓰는 게 좋고 40∼50도 이상이라면 성장이나 내부 장기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문의의 판단을 받아 수술해야 한다.

○ 원인별 치료해야… 무조건 수술은 금물


남자 어린이나 청소년이 허리가 아프다면 척추분리증에 따른 요통일 수도 있다. 척추분리증은 척추 연결고리가 끊겨 척추 마디가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척추측만증과 반대로 체조, 무술, 축구, 레슬링, 유도, 다이빙 등 과격한 운동을 무리가 될 정도로 많이 할 때 주로 발생한다. 이럴 때는 과격한 운동을 피하고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적절한 강도로 한다. 절대 몸통을 비트는 동작은 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성인 허리 질환인 요추 추간판 탈출도 최근 어린이, 청소년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척추골수염이나 감염, 종양 등도 흔하진 않지만 어린이, 청소년 요통을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소아나 청소년의 요통은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원인부터 명확히 밝히고 그에 따른 치료를 해야 한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이기 때문에 수술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뒤 결정해야 한다. 수술이 아닌 요통 치료법으로는 허리 통증 부위 고정, 약물 및 국소 주사 치료, 물리 치료, 보조기구 사용, 운동 치료 등이 있다.

(도움말=정성수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상준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어린이#청소년#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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