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기도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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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소원을 빈다… 그 심리와 효험의 상관관계는

홍련암의 문을 열고 의상대를 바라본다. 해 뜨기 직전의 낙산은 숨이 막힐 듯 적막하다. 붉은 해가 떴을 때 소원을 빌리라. 올 한 해도 내가, 나의 가족이, 주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길. 이 기운을 받아 빌어보리라. 양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홍련암의 문을 열고 의상대를 바라본다. 해 뜨기 직전의 낙산은 숨이 막힐 듯 적막하다. 붉은 해가 떴을 때 소원을 빌리라. 올 한 해도 내가, 나의 가족이, 주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길. 이 기운을 받아 빌어보리라. 양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지훈(36) 김경희 씨(41) 부부는 첫째 딸 서윤(6)이만 보면 마냥 웃음이 나온다. 간단히 말해 ‘기도발’로 태어난 아이니까. 적어도 부부는 그렇게 믿고 있다. 2004년 초 결혼한 부부는 누구보다 아이를 간절히 원했다. 그렇지만 아이는 쉽게 생기지 않았다. 날짜 맞추기, 식단 조정, 운동 등 임신에 좋다는 방법은 모두 동원했다. 주변에선 “10년을 애태우다가도 들어설 애는 들어선다”고 위로했지만 김 씨는 갈수록 다급해졌다. 인공수정까지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다 지인에게서 전북 고창군의 도솔암(선운사의 4개 암자 중 하나) 얘기를 들었다. 불임 부부가 많이 찾는 영험한 기도처(祈禱處)란 것이었다.

앞뒤 잴 것 없이 차를 몰았다. 남편은 천주교, 아내는 무교였지만 상관없었다. 얘기를 미리 들어서였을까. 김 씨는 도솔암에 도착하자마자 남다른 기운에 휩싸였다. 무서울 정도의 스산함과 어지러움에 30분을 꼼짝하지 못했다. 그러고는 다음 달 거짓말같이 임신에 성공했다. 결혼 2년 반 만이었다. 김 씨는 “누가 뭐래도 서윤이는 절박한 기도 덕분에 태어난 것”이라고 했다. 기도여행에 회의적이던 이 씨도 자연스럽게 ‘도솔암 홍보대사’가 됐다. 어디선가 ‘임신 준비’ 얘기만 들리면 슬며시 다가가 “도솔암부터 가봐”라고 귀띔하는 식이다. 이후에도 가끔 도솔암을 찾던 부부는 3년 뒤 둘째 딸 시아(3)를 가졌다.

2013년 새해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일제히 두 손을 모은다. 그러고는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원한다. 해, 달, 심지어 바위에게 말을 건네는 이도 있다.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이 씨 부부처럼 기적의 주인공이 되길 소망한다. 세상은 지금 ‘기도하는 사람’과 ‘기도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사실 이맘때의 기도는 종교마저도 초월한다. 영험하다고 소문난 일부 성지(聖地)는 타 종교인으로 넘쳐나니 말이다.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가 유명한 기도처 중 세 곳을 찾아 사람들의 새해 바람을 담아왔다.

누구나 소원을 빈다


9일 오전 7시 30분. 강원 양양군 낙산사의 의상대(義湘臺) 왼편으로 해가 떴다. 붉은 태양은 예고도 없이 쑥 올라왔다. 홍련암(紅蓮庵)에서 동쪽 바다를 주시하던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구름에 해가 가려질까 마음을 졸이던 차였다. 태양은 어느 샌가 고개를 반쯤 바다에 걸쳤다. 넋을 놓은 채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사람들이 서둘러 ‘합장’ 자세로 전환했다. 홍련암은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함께 3대 관음(觀音)성지로 꼽힌다. ‘관음보살’이 기도를 잘 들어주는 곳이니 중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건 당연하다.

서울에서 온 강윤환(39) 황윤선 씨(37) 부부의 소원은 ‘아기’였다.
▼ 氣센 명당엔 구름 인파… 간절할수록 실행력 커 ‘소원 성취’ ▼
8일 오전 한 등산객이 경기 구리시 아차산 큰 바위 얼굴 앞에 섰다. 바위가 소원을 이뤄줄 거라고는 믿지 않지만, 그래도 다들 영험하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터다. 밑져도 본전 아니던가, 기도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 구리=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8일 오전 한 등산객이 경기 구리시 아차산 큰 바위 얼굴 앞에 섰다. 바위가 소원을 이뤄줄 거라고는 믿지 않지만, 그래도 다들 영험하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터다. 밑져도 본전 아니던가, 기도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 구리=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11년 결혼한 이들은 둘 다 기독교인. 황 씨는 “기도는 틈나는 대로 생각날 때마다 한다. 다만 새해가 됐으니 좀더 특별한 곳에서 기도하고 싶었다”고 했다. 강수권(55) 신향숙 씨(56) 부부는 올해 만 서른이 된 외동아들의 결혼을 바랐다. 예년에는 새해 첫날 일출을 봤는데 올해는 특별히 아내 신 씨의 생일(8일)에 맞췄다. 신 씨는 “새해 일출기도는 소원을 이루기보다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기자는 전날에도 홍련암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김대일 씨(43) 가족은 강화도에서 왔다고 했다. 2남 1녀 중 둘째인 다희(12·여)는 부처님께 ‘화목한 가족’을 빌었단다. 부모는 대견하다는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윤이경 씨(47·여)는 “군 복무 중인 큰아들이 올해도 무사하고 고3이 되는 둘째아들은 꼭 원하는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함께 온 이인숙 씨(47·여)라고 마음이 다를까. “제 아들도 고3 올라가는데 여기가 학생을 위한 기도 효험이 좋다더라고요(웃음). 어머니 마음이야 다 똑같지 않겠어요?”

꼭 멀리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서울 광진구와 경기 구리시 주민들은 ‘아차산 큰 바위 얼굴’을 자주 찾는다. 바위 생김새가 사람 얼굴의 반쪽과 똑같이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氣)가 충만하게 흐르는 명당자리”라는 풍수지리학자의 설명이 방송전파를 탄 뒤에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김남정 씨(39·여)는 칸첸중가 같은 세계적인 산을, 정상 등반은 아니더라도 베이스캠프 정도까지는 꼭 가보고 싶단다. 바위 따위가 소원을 이뤄 줄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기가 센 곳이라니 한 번 의탁해 볼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3년 전 ‘천연화장품 만들기’ 강좌에서 만나 친해진 우분숙(55·여) 이미경(45·여) 조은애 씨(42·여)는 새해를 맞아 특별히 ‘큰 바위 얼굴님’을 알현하러 나선 경우다. 조 씨는 “재작년 9월 뇌중풍으로 쓰러졌던 남편이 올해는 완전히 회복하길 기원한다”고 했다. 우 씨는 “남편의 다이어트와 대학생 아들의 장학금”을, 이 씨는 “결혼 13년 만에 얻은 아들의 초등학교 적응”을 각각 바랐다.

서울이라고 기도의 성지가 없을까. 천주교인들이라면 꼭 한 번은 가봤음직한 곳이 있다. 절두산순교지가 그곳이다. 제주에서 올라온 오데레사 씨(세례명·49·여)는 2009년 큰 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남편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극도의 불안장애에 시달리게 된 것. 그 후 그는 절두산성당과 명동성당, 그리고 충북 음성의 감곡성당을 다니며 눈물로 기도했다고 한다. 오 씨는 “성지에 와서 기도하면 간절함이 좀더 잘 전달될 것 같았다”며 “다행히 남편도 회복됐고 아들도 무사히 대학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그는 늘 그랬듯 성모동굴에 봉헌초 3개를 켠 뒤 3시 미사에 참석하러 성당으로 향했다. 종로에서 왔다는 한 백발의 할아버지도 “기도는 우선 마음을 비우고 해야 한다”면서도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한 아들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부정(父情)을 감추지 않았다. 장인기(63) 노윤희 씨(58) 부부에게도 외아들의 취업만큼 중요한 기도 주제는 없었다.

저마다 다른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 기도하는 시간, 장소, 방법은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만은 똑같다. 바로 간절함이다. 누구나 ‘소원이 꼭 이뤄졌으면’이란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기도는 효과가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기도하기도 하고 가족이나 지인을 축원할 때도 있다. 어떤 이는 개인적인 속된 바람을 금기시하면서 오로지 신을 향해 기도한다. 종교에서의 기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감사와 찬미의 기도, 즉 생명을 주고 지금까지 이끌어준 신에 대한 감사다. 둘째는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달라는 청원기도 또는 기복기도다. 백운철 가톨릭대 교수(신학)는 “이상적인 기도는 이 둘을 한데 섞는 것이다. 세상에 살면서 감사와 찬미만 드린다면 ‘나는 부족함이 없다’는 오만할 태도일 수 있고, 반대로 늘 청원만 한다면 욕심꾸러기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독교에선 기도를 ‘하나님과의 대화’ 또는 ‘영적인 호흡’이라고 부른다. 대승불교에서의 기도는 주로 ‘서원(誓願·원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고자 맹세하는 일)’을 기본으로 한다.

기도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도의 효과는 실재하는 걸까. 이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다. 지난해 8월 채널A에서 방송된 ‘이영돈 PD, 논리로 풀다’의 ‘소원바위’편. 제작팀은 가짜 ‘영천 돌할매’를 제작해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경북 영천에 있는 돌할매는 소원을 말한 뒤 들어올리지 못하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는 유명한 돌이다. 돌할매의 실제 무게는 10kg 남짓.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들 수 있는 무게지만 소원을 빈 사람 중 상당수는 웬일인지 낑낑대며 돌을 들지 못한다. 그러면 가짜 돌로 실험한 결과는 어땠을까. 소원을 빌기 전보다 빌고 난 뒤 “돌이 더 무거워졌다”고 한 사람이 12명 중 8명이나 됐다. 그중 5명(62.5%)은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하고 3명은 탈락했다. 가짜임에도 무게 변화를 느낀 건 결국 심리적인 영향이다. 합격을 더 간절히 원하는 사람일수록 “무거워졌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돌의 무게에 변화가 없다”는 사람 4명 중에는 합격자가 1명(25%)뿐이었다. “무겁게 느껴졌다”는 사람들의 합격률이 훨씬 높았던 것이다. 바람이 간절할수록 시험에 더 집중하고, 이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김완석 아주대 교수(심리학)는 이를 ‘신념효과’라고 불렀다.

“수술이나 약물을 중심으로 한 정통의학에서는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것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했죠. 그래서 플라시보(가짜 약) 효과라고 불렀던 겁니다. 하지만 심리학에선 이를 신념효과라고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몸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도를 위해 멀리 떨어진 성지를 찾아가는 행위도 설명이 된다. 우선은 신념이 큰 사람만이 먼 곳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보면 그 멀리까지 갔다는 이유 때문에라도 신념이 더 강해질 수 있다. 마치 어려운 관문을 뚫고 입사한 회사일수록 애사심이 더 큰 것처럼 말이다.

기도가 상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 연구팀은 2010년 타인을 위한 기도인 ‘중보(仲保)기도’를 받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몇 명이 상태가 호전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연구팀은 “심신 상호작용에 의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모두를 위한 기도

혹자는 말한다. “결국 모든 기도는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이는 가족이나 지인, 심지어 모르는 사람이나 신을 위한 기도도 결국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안녕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심리학자들도 비슷한 해석을 내놓는다.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는 일종의 ‘착한 행위’다. 착한 활동은 기도자 본인이 심리적인 안정성 유연성 균형감 평정심 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봉사를 하면 내가 더 많이 배운다’는 말은 절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닌 것이다. 최근 심리학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긍정심리학에서는 ‘용서’라는 주제가 자주 언급된다. 용서란 상대방을 위해 하는 게 아니라 사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분노나 억울함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이란 것이다.

김정호 덕성여대 교수(심리학)는 ‘스트레스는 나의 스승이다’(아름다운인연·2005년)란 책에서 ‘윈윈 기도’와 ‘제로섬 기도’를 비교했다. “내가 건강하고 싶다” “가족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소원은 매번 이뤄져도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모두 행복하니 ‘윈윈’이다. 그러나 “남편을 승진시켜 달라” “우리 아이가 1등을 하게 해 달라”는 건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하니 제로섬 기도인 셈이다.

낙산사 주변에 사는 이용한 씨(61)는 아침마다 홍련암을 찾는다. 벌써 3년째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기도가 아닌 정진과 수행”이라며 “나 자신의 부귀영화보다는 나로 인해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했다. 그래도 매일 아침 간절히 원하는 게 한 가지가 있단다. “항상 지혜를 깨우치게 해달라고 빕니다.”

기도란 하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기도가 이뤄지는 것도, 이뤄지지 않는 것도 결국 그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달렸다. 한 해의 시작점에 선 당신은 무엇을 빌고 있는가. 당신은 기도가 이뤄지길 기다려 볼 텐가, 아니면 그 기도를 이루려 신발끈을 고쳐 맬 텐가. 당신의 기도에 답할 사람은 어쩌면 당신 자신일지도 모른다.
▼ 관음성지 낙산사, 동해 파도에 번뇌 씻기는 듯 ▼
절벽 위에 세워진 국내 최고의 관음성지인 낙산사 홍련암. 양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절벽 위에 세워진 국내 최고의 관음성지인 낙산사 홍련암. 양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해수(海水)관음에 대한 정취가 배어 있는 이곳, 내려다보이는 동해의 파도에 번뇌가 씻겨나가는 듯하다. 관세음보살의 광대무변한 자비는 인류의 소구소망을 성취시키고 무한한 영험을 베풀어준다.”
―‘관음’(정만 스님·우리출판사·2001년)

강원 양양군의 낙산(洛山). 이 산의 이름은 자비의 화신인 관세음보살이 산다는 남인도 포탈라카(Potalaka·산스크리트어로 ‘흰 꽃’이란 뜻)에서 따온 것이다. 중국 저장(浙江) 성 저우산(舟山) 군도의 한 섬에 있는 불교성지 푸퉈(普陀) 산도 마찬가지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당나라에서 ‘화엄사상’을 배우고 돌아온 의상대사(625∼702년)가 관세음보살이 일러준 대로 대나무가 솟아난 곳에 낙산사를 창건했다. 홍련암(紅蓮庵)은 관세음보살이 바다에 뜬 홍련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낙산사의 모태가 됐다. 예전에는 낙산사가 푸퉈 산의 조음동(潮音洞) 사원과 비슷한 지형을 찾아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학자들은 의상의 당나라 유학 시기(661∼671년)가 조음동 사원 건립 시기보다 앞선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사학)는 “조음동 사원이 거꾸로 낙산사를 보고 간 누군가에 의해 관음성지로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2009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전국 33개 관음성지를 지정한 바 있다. 이 중 3대 관음성지라 일컬어지는 곳이 낙산사 홍련암,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다. 북한에는 묘향산 보현사와 금강산 보덕암이 유명한 관음성지로 알려져 있다. 전북 고창군의 선운사 도솔암은 우리나라 최고의 조형미를 자랑하는 지장보살(地藏菩薩) 불상을 모신 곳이다.
▼ 절두산, 전국 순례객 끊이지 않는 특별기도 성지 ▼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순교성지의 ‘순교자기념탑’.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순교성지의 ‘순교자기념탑’.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병인박해 순교자 증언록에서 확인한 수치로 기준을 잡으면, 전국에서 순교한 신자들은 1310명이고, 서울에서 순교한 신자들은 466명이며, 절두산에서 순교한 신자들은 29명이다. 이 비중을 무명 순교자들까지 합친 전국 순교자 수 8000명에 대비시키면, 서울에서 순교한 신자들은 모두 2843명, 절두산에서 순교한 신자들은 177명으로 추정된다.’
―절두산순교성지 홈페이지 》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절두산순교성지는 병인박해(1866년) 당시 많은 천주교 순교자가 나온 곳이다. 서울 중구 중림동 서소문순교성지 및 용산구 이촌동 새남터성지와 함께 각지의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 천주교회는 1966년 절두산에 ‘병인박해 100주년 기념성당’을 짓기 시작해 이듬해 완공했다. 1984년 5월 한국교회 창설 200주년을 맞이해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뒤 곧바로 절두산성지를 찾았다. 그만큼 천주교인들에게는 의미가 큰 곳이다. 백운철 가톨릭대 교수(신학)는 “원칙적으로 보면 하느님은 성전 이외의 곳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영과 진리 안에서 만나 뵐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성지에서 기도를 드릴 때 그 간절함이 더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당 바로 옆의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은 8일부터 ‘온고지信: 신앙의 선조들에게서 배우다’라는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선포한 ‘신앙의 해’(2012년 10월 11일∼2013년 11월 24일)에 맞춰 기획된 전시로 8월까지 계속된다.

양양·구리=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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