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빼돌려 주사하거나 은밀히 시중에 유통시킨 병원 직원들이 체포됐다. 검찰은 5명의 연예인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기도 했다.
잇단 사고 때문에 프로포폴은 문제가 많은 약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마취 전문가들은 “제대로 쓰기만 한다면 프로포폴처럼 환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약이 없다”고 말한다.
평소 우리 뇌는 활발하게 움직인다. 프로포폴을 정맥주사로 투입하면 순간적으로 뇌 안의 약품 농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뇌에 있는 ‘가바 수용체’가 활성화한다. 음이온이 뇌 세포 안으로 쭉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흥분하던 뇌 세포가 잠잠해진다. 세포를 재우는 것이다. 이때 잠이 들고, 의식이 사라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뇌에 있던 약물이 다른 장기와 지방조직으로 퍼져나간다. 뇌 안의 약물 농도는 낮아진다. 그렇게 되면 잠에서 깨어난다. 수면내시경을 할 때 10여 분 뒤에 눈을 뜨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프로포폴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이 깔끔해서다. 잠에 빠지는 원리는 대부분의 마취제와 같다. 다만 일부 수면유도제는 근육 같은 곳으로 흘러가거나 체내에 쌓일 수가 있다. 이 경우 마취에서 깨어나는 게 더디거나, 깨어나도 개운하지 않다. 그러나 프로포폴은 신체에 쌓이지 않아 이런 부작용이 덜하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바로 중독성이다.
프로포폴은 몸에 들어오는 순간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기존 수면유도제에는 없는 부분이다. 사람들이 마약(암페타민, 헤로인)에 빠지는 이유도 이 도파민을 못 잊어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정부는 2010년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했다.
프로포폴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것은, 사용량과 범위가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원래 이 약물은 심장이나 뇌수술을 할 때만 전신마취제로 썼다. 그러나 지금은 내시경 검사나 성형수술에도 이 약을 쓴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도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문제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병원이 사용한 프로포폴 처방 기록을 보건당국에 보고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프로포폴이 특유의 우윳빛 색깔 때문에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지만 원료만을 놓고 보면 옳지 않은 표현이다. 프로포폴은 지용성 물질이어서 물에는 안 녹고 기름에만 녹는다. 이 때문에 혈액에 잘 녹게 하려면 ‘용매제’가 필요하다. 약을 만들 때 콩기름을 넣는 이유다. 그렇다면 ‘두유주사’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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