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면역력 약한 중환자에 뇌수막염-폐렴 일으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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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썩어 장기 손상되는 무서운 질병… 13일은 세계 패혈증의 날

중환자실에 입원한 패혈증 환자는 어느 병원에 있느냐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진다. 해당 병실에 전담전문의가 있을수록 환자의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조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DB
중환자실에 입원한 패혈증 환자는 어느 병원에 있느냐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진다. 해당 병실에 전담전문의가 있을수록 환자의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조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DB
‘슈퍼맨’으로 유명한 미국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는 2004년에, 요한 바오로 2세는 2005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들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패혈증이다.

패혈증(敗血症)의 사전적 정의는 ‘피가 썩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피가 세균에 오염됐다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증상은 더 심각하다.

이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세계 70개국 6만 명의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사는 ‘세계 패혈증 연맹(Global Sepsis Alliance)’을 만들었다. 2020년까지 사망률을 10% 이상 줄이자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사망률은 평균 30% 수준.

연맹을 만든 뒤 독일과 한국 의사들이 주축이 돼 9월 13일을 ‘세계 패혈증의 날’로 선언했다. 이날을 기념해 퍼포먼스와 학술대회가 세계 곳곳에서 열린다. 국내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전국 의료진 200여 명이 모여 심포지엄을 열고 표준화된 패혈증 진단법과 치료법을 일반에 알린다.

○ 국내 패혈증환자 연 4만여 명

패혈증에 걸리면 피에 감염이 생기면서 나오는 독소로 장기가 손상된다. 건강한 사람은 혈액의 백혈구가 몸속에 침투한 세균을 없애준다.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중환자는 그렇지 못하다. 이 때문에 세균에 감염된 피는 온 몸을 돌아다닌다.

독소가 어느 장기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뇌에 들어가면 수막염이 생기고 의식을 잃는다. 폐에 들어가면 폐렴을, 신장(콩팥)에 들어가면 신장염을 일으킨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상당수가 패혈증을 앓는다. 의료진이 초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면 사망에 이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패혈증 환자는 연간 3만5000∼4만 명. 패혈증으로 인한 의료비용은 연간 900억 원 이상이 든다. 개발도상국의 국민은 영양실조, 비위생적인 생활환경, 예방백신 부족으로 패혈증에 잘 걸린다. 세계적으로 패혈증 사망자는 매년 2000만 명이 넘는다. 선진국에서도 패혈증은 공포의 대상이다. 고령인구가 늘어날수록, 항생제에 내성이 생길수록 약물치료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 의료진의 초기 대응력이 관건

환자 스스로가 패혈증을 초기에 감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중증으로 진행될수록 △38도 이상의 고열 △36도 이하의 저체온증 △분당 20회 이상의 거친 호흡 △분당 90회 이상의 심박수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또 혈압이 떨어져 피부가 창백해지거나 푸르스름하게 보인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가 패혈증에 걸렸는지를 빨리 확인하는 의료진의 능력과 시스템이다. 환자의 체온, 맥박 수, 호흡 수, 혈압, 혈액 검사상의 백혈구 수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신체 감염부위를 찾아내면 항생제로 치료해야 한다.

문제는 패혈증을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의료진 간의 경험과 실력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어느 병원에 있느냐에 따라 환자의 건강상태와 생존률이 달라질 수 있다. 패혈증인 줄 모르고 방치하면 뇌수막염, 폐렴, 신장염으로 번져 장기가 손상된다”고 말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2009년 25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환자 2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없었던 곳의 사망률은 41.6%, 전담전문의가 있는 중환자실의 사망률은 18%였다. A병원에서는 패혈증 환자 10명 중 1.8명이 사망한 반면, B병원은 10명 중 4명이 사망했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 1명이 몇 명의 환자를 동시에 돌보느냐, 중환자의학을 전공한 전문의사가 있느냐가 결정적인 요소다. 간호사 1명이 2∼3명의 환자를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간호사 1명이 환자 10명을 담당하고 중환자실 내에 전문의가 없는 병원도 8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패혈증#뇌수막염#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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