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보건지소 확대 방침에 “1차진료 무너질 것” 동네의원들 뿔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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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최근 보건소 기능을 확장하면서 곳곳에 보건지소를 세우려고 하자 동네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동네의원들은 싼 진료비에 이끌려 환자들이 동네의원을 외면하고 보건소로 몰려가면 1차 진료기관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는 27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전국 시군구로부터 ‘도시형 보건지소’ 신청서를 받고 있다. 복지부는 신청 지역에 대한 현지 실사를 벌인 뒤 10월 최종 대상지역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보건소는 모든 지자체에 둘 수 있지만, 보건지소는 읍면에만 둘 수 있다. 따라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마을이나 도서지역에 주로 세웠다.

그러나 2007년부터 인구 5만 명 이상의 동에도 보건지소를 세울 수 있게 됨에 따라 현재 ‘도시형 보건지소’는 36개에 이른다. 정부의 확대 정책에 따라 앞으로는 서울 강남구 서초구, 부산 부산진구 해운대구의 큰 동에서도 보건지소를 쉽게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동네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 보건지소 확대 설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대한의원협회는 성명에서 “보건소나 보건지소는 이미 질병의 예방 및 취약계층 의료서비스 등 본연의 기능을 잃었다. 보건소의 진료비와 약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일반 개인의원으로서는 도저히 경쟁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대한의원협회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무너지면 이후에 시민들에게 더 큰 불편과 더 많은 의료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네의원들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환자들의 보건소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큰 요인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은 예방접종뿐 아니라 진료비 대부분이 무료다. 서울 강남구 보건소는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하루 평균 200∼230명 정도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병을 앓는 환자와 감기 환자가 많이 찾는다. 강남구 보건소를 15년째 이용하고 있다는 이모 씨(75)는 “보건소 서비스는 병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가능하다면 진료과목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금연상담 프로그램 외에 산모건강관리 프로그램까지 짜여 있기 때문이다. 박태준 씨(22)는 “보건소는 어른들만 이용한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집에서 가깝고 편리해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의원 쪽의 반발에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만성질환관리 등 질병 예방 쪽에 초점을 두고 있어 보건지소 확대가 의료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박요진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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