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휴보 엉덩이 흔들며 힙합춤 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日 이어 세계 2번째

2035년 인간이 새로 개발한 로봇이 뛰어난 지능과 운동능력으로 반란을 일으키자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2004년 개봉된 영화 ‘아이 로봇’의 내용이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운동능력이 사람 수준에 근접한 ‘춤추는 로봇’이 국내에서 처음 개발됐다. 세계적으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5일 대전 유성구 KAIST 휴머노이드로봇 연구센터(휴보센터). 이곳에서 만난 로봇 ‘휴보’는 마치 비보이(B-Boy)처럼 빠른 동작으로 격렬한 춤을 췄다.
▼ 전신제어 기능 갖춰… 로봇 실용화 눈앞 ▼

노트북으로 작동 지시를 내리자 휴보는 두 발로 스텝을 밟으면서 동시에 ‘쉭쉭’ 하는 기계음에 맞춰 양팔을 크게 휘저으며 격렬한 동작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왼발을 허공에 들고 골반을 비트는 고난도 춤동작도 흔들림 없이 능숙하게 했다. 전문 무용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자보다는 춤 실력이 좋았다. 사람보다 운동능력이 뛰어난 로봇의 상용화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인간형 로봇이 실생활로 들어오는 데 필요한 난제 가운데 하나가 ‘전신제어’ 기술이다. 기계덩어리가 사람처럼 어떤 자세에서도 스스로 중심을 잡고 쓰러지지 않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로봇 발전 단계에서 큰 관문이었다.

2009년 휴보를 뛰게 만들었던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이번엔 전신제어 기술 개발에 성공해 힙합춤을 추도록 진화시켰다. 로봇이 춤을 추었다는 뜻은 팔다리와 상체 하체를 제각각 빠르게 움직이는 중에도 무게중심을 정확히 맞춰 쓰러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소한 동작 하나에도 무게중심이 흔들려 로봇은 쓰러질 수 있기 때문에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춤은 구현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이런 전신제어 기능을 개발했다는 것은 로봇 공학기술로 볼 때 큰 진보다.

고난도의 무용까지 가능한 로봇을 만든 나라는 일본뿐이었다. 혼다자동차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아시모’와 일본산업기술연구소(AIST)의 로봇 ‘HRP-4c’. 일본보다 2, 3년 뒤지긴 했지만 한국도 마침내 숙제를 풀었다.

지금까지 인간형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전신제어 기능이 완성되면 인간의 움직임을 대부분 따라할 수 있다. 뛰어난 인공지능만 확보된다면 영화에 나오는 로봇처럼 스스로 판단해 인간보다 더 뛰어난 운동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휴보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을 70% 이상 흉내 낼 수 있다.

현재 연구용 휴보의 가격은 약 5억 원. 오 교수는 앞으로 인간형 로봇이 대량생산되면 국산 중형 승용차 가격 정도로 낮아져 군사용, 건설용, 가사용 로봇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로봇의 플랫폼(기계장치)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우리 팀은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이 개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10여 년 안에 인간보다 축구를 더 잘하는 로봇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A 영상] 토종 로봇 ‘휴보’, 화려한 스텝 밟으며 힙합 댄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enhanced@donga.com
#휴보#힙합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