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논문조작 왜 잦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30일 03시 00분


연구자는 늘고… 지원예산은 적고… 실적경쟁 과열
“논문 많이 내야 주목 받아” 1년에 2, 3편 ‘多作 압박’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에 이어 줄기세포 분야에서 또다시 논문 논란이 일어나자 관련 학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번 일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서 연구 지원이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학계 일각에선 줄기세포 분야에 쏠린 높은 관심과 과도한 경쟁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줄기세포 분야의 한 연구자는 “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하지만 줄기세포 분야가 최근 급성장하면서 대학 간, 연구 분야 간,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생명과학 분야는 다른 과학 분야보다 급성장했지만 연구비는 타 분야에 비해 적은 편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6년간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한국 국적으로 등재한 논문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총 297편 중 63%인 187건이 생명과학 분야다.

그러나 올해 연구개발(R&D) 예산 약 10조 원 중 16%가량만이 생명과학 분야에 투자된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관계자는 “생명공학 분야는 연구자와 과제가 많아 연구자별로 돌아가는 실질적인 연구비 지원이 타 분야보다 적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과제는 많고 연구비는 적은 상황에서 학계에서 주목을 받으려면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유명 학술지에 논문이 실려야만 한다. ‘좋은 논문’을 ‘다작(多作)’하지 않으면 금세 뒤처져 보인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연구비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의대의 줄기세포 연구자가 관련 논문을 2년에 한 건 정도 내는 데 비해 기초 분야에서는 1년에도 2, 3편을 내는 등 양적인 압박이 있다”며 “이 때문에 실험실에서 나온 자료를 하나하나 다 검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산업계의 줄기세포 투자 열기도 연구 성과 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국과위 고위 관계자는 “유명 저널 게재 논문을 쏟아내는 것이 일종의 ‘연구비 보증서’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연구자들만 탓하기 힘들다”면서 “참고 기다리는 연구개발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줄기세포#논문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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