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트로닉 고혈압 치료기 ‘신장 신경 차단술’
뇌 심장 신장 신경을 고주파로 진정
최소부위만 절제해 부작용·합병증 적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고혈압 신장 신경 차단술로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 삼성서울병원 제공
고혈압은 단일질환으로는 발병률이 가장 높은 만성질환이다. 심장과 뇌로 연결되는 혈관에 부담을 주니 생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 인구 1000명당 고혈압 환자 수는 108명이었다. 10명 중 한 명꼴이다.
지금까지는 생활습관을 고치거나 약물치료로 증상을 완화시켰다. 그러나 환자의 상당수는 여전히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 혈압이 계속 정상치를 넘으면 혈관과 심장에 과중한 부담이 생긴다. 심부전 뇌중풍 신부전 관상동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활습관이나 약물로도 좀처럼 조절이 되지 않는 고혈압을 난치성 고혈압 혹은 치료저항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5∼15%가 여기에 해당한다. 3개의 약물로도 목표 혈압에 도달하지 않거나 4개 이상의 약물을 써야 혈압 조절이 가능한 상태가 난치성 고혈압에 속한다. 이를 간단한 시술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있다.
○ 부작용 줄이면서 혈압 떨어뜨려
혈압은 인체 내의 주요기관인 뇌 심장 신장의 상호작용을 통해 조절된다. 고혈압 환자는 대부분 이 기관 사이의 신경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됐다.
신장 신경 차단술은 이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혈압이 정상치에 도달하게 유도하는 방법이다. 난치성 고혈압에 특히 효과적이다. 중추 교감신경계 중에서 뇌와 신장을 연결하는 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를 고주파 에너지를 통해 진정시키는 방식이다.
우선 환자의 사타구니에 작은 부위를 절개하고 카테터(관)를 삽입한다. 카테터가 대동맥을 통해 신장 동맥에 접근하면 내벽에 고주파 에너지를 전달해 혈관 외벽의 교감 신경을 차단한다. 수술에는 40∼60분이 걸린다.
과거에도 신장 신경을 차단해 난치성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정상치로 내리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이런 ‘비선택적 교감 신경 절제술’은 많은 부위를 절개하는 개복수술이어서 효과는 우수했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이 뒤따랐다. 다양한 항고혈압 약물이 나오면서 이런 수술을 잘 하지 않게 됐다.
신장 신경 차단술은 최소한의 부위만을 절개한다. 또 전신마취를 하지 않는다. 고주파 에너지를 사용해 신장 동맥에 작은 부위만 절제하므로 부작용과 합병증이 적다. 환자는 당일 퇴원하거나 하루 정도만 입원하면 된다. ○ 안전성과 효과 인정
고주파 에너지를 신장동맥에 전달해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카테터. 이 시술법은 랜싯이나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같은 저명한 학술지에 소개됐다. 유럽 호주 뉴질랜드의 24개 임상기관에서 10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더니 환자의 평균 혈압이 내려가는 효과를 보였다.
미국 심장학회(ACC)의 학술지에도 신장 신경 차단술에 대한 3년 추적 임상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유럽 호주 의료기관 19곳의 연구결과를 보면 시술을 받은 모든 환자에게서 혈압이 감소했다.
혈압이 다시 상승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대한 합병증, 신장 손상, 그리고 저혈압으로 입원한 사례도 나타나지 않았다.
신장 신경이 차단되면서 신장이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을까. 해답은 신장 이식 환자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신장 이식 환자의 신장 신경은 완전히 차단됐지만 본연의 기능인 체액 조절 및 노폐물 배출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신장 신경 차단술은 최초 시행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 다른 만성질환 치료 효과도 기대
신장 신경 차단술의 치료범위는 난치성 고혈압을 넘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중추 교감신경계의 과도한 활성화는 고혈압뿐만 아니라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는 인슐린 저항성, 심부전, 만성 신장질환 등 다양한 만성질환과 연관이 있다.
이는 신장 신경 차단술이 고혈압을 비롯해 다른 만성질환 치료에도 새롭고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된 연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신장 신경 차단술의 효과와 안전성이 증명됐지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검증은 필요하다. 시술 후 환자들에게서 혈압이 떨어지는 사례가 확인되긴 했지만 여전히 생활습관을 고치고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난공불락으로만 여겨졌던 고혈압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책이 생기고 여러 만성질환의 치료에도 새로운 실마리를 던졌다는 면에서 신장 신경 차단술은 앞으로 만성질환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료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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