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없는 무인정찰기, 공중 급유는 ‘하늘의 별따기’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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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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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우주선 도킹 기술로 ‘OK’

지난해 1월 21일 무인기인 ‘글로벌호크’(오른쪽)가 또 다른 무인기 프로테우스에 근접해서 비행하는 모습. 노스럽그러먼 제공
지난해 1월 21일 무인기인 ‘글로벌호크’(오른쪽)가 또 다른 무인기 프로테우스에 근접해서 비행하는 모습. 노스럽그러먼 제공
지난해 11월 3일 중국의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와 우주 비행사가 탑승한 유인 우주선이 ‘도킹’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주도킹은 우주선(또는 인공위성) 두 대를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총알보다 10배나 빨리 움직이는 우주선을 연결하는 것은 정밀제어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미국과 러시아 정도만 이 기술을 갖고 있다.

도킹 기술은 우주뿐 아니라 항공기에도 쓰인다. 특히 최근 무인항공기(무인기)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정찰에 주로 사용되는 무인기는 보통 소형으로 연료통이 작은데 도킹 기술을 활용해 공중급유를 하면 비행 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

○ 도킹 핵심 기술은 ‘근접비행’

유인 정찰기나 전투기에는 도킹을 통한 공중급유 기술이 이미 사용되고 있다. 공중급유에 처음 성공한 것은 약 90년 전인 1923년이다. 위쪽의 비행기에서 연료호스를 내려 주면, 아래쪽 비행기 조종사가 손으로 받아 연료주입구에 직접 꽂는 식이다. 최신형 비행기의 공중급유 방법도 다르지 않다. 연료 호스 끝에 강한 전자석이 설치돼 있어서 이 근처에 급유를 받을 비행기의 급유파이프를 가져다 대면 빨려 들어가듯 연결된다.

공중급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접비행’이다. 두 대의 비행기가 수 m 거리까지 다가가 몇 분 이상을 바짝 붙어 날아가야 한다. 조그만 실수도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비행사라도 관련 자격증이 없으면 공중급유 작업을 할 수 없다.

무인기의 공중급유는 더욱 어렵다. 상공에서는 우주와 달리 공기의 저항 때문에 항공기의 안전성이 떨어진다. 유인비행기는 비행사의 숙련된 기술에 의지해 공중급유를 할 수 있지만 무인기는 모든 과정을 컴퓨터에 맡겨야 한다.

○ 영상해석 기술이 관건

과학자들은 우주 도킹기술을 이용한 무인기 공중급유를 연구하고 있다. 도킹을 하는 두 비행체가 아슬아슬한 거리까지 나란히 날다가 어느 순간 한 대로 합쳐지는 기술로 비행기에도 응용할 수 있다.

최초의 우주도킹은 1967년에 옛 소련(러시아)에서 처음 성공했다. 우주선끼리의 거리를 ‘비콘’(서로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전파를 주고받는 장치) 신호로 알아낸 다음 수학적으로 정밀하게 분석해가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는 방법을 썼다. 러시아는 아직 우주도킹에 이 기술을 쓴다. 이소연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이 2008년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할 때 쓴 것도 이 기술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비콘 방식과 함께 영상센서를 이용한 ‘영상인식’ 기술을 쓴다. 우주선(또는 인공위성)이 도킹할 때 비디오카메라로 서로의 영상을 찍는데 이 화면을 컴퓨터로 분석해 도킹할 우주선과의 거리, 위치 등을 자동으로 계산하는 방법이다. 또 우주선 몸체 곳곳에 스마트폰에서 쓰는 ‘QR코드’ 같은 무늬를 그려 두고 이 화면을 컴퓨터로 읽어 들여 우주선의 방향과 속도를 제어하는 ‘표적인식’ 방식, 레이저광선으로 도킹할 대상인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의 형태를 파악한 다음, 3차원(3D) 영상을 만들어 상대 위치를 분석하는 라이다(LIDAR·레이저레이더) 기술도 쓴다.

○ 미국 무인기 도킹 실용화 눈앞

지난해 6월 우주왕복선 ‘인데버’호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하는 장면.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지난해 6월 우주왕복선 ‘인데버’호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하는 장면.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미국은 도킹을 통해 무인기 공중급유 기술을 개발한 국가다.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기획국(DARPA)은 2010년 7월 방위산업체인 노스럽그러먼사와 ‘무인 공중급유기 개발사업(KQ-X)’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지난해 1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두 대의 무인비행기를 4만5000피트(약 13.7km) 상공에서 근접비행(약 12m거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은 도킹기술의 가장 중요한 ‘근접비행’ 기술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NASA와 노스럽그러먼사는 올해 안에 실제 공중급유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스라엘도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이다.

국내에서는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2008년부터 무인기 근접비행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영상카메라와 컴퓨터를 연결해 근접비행에 필요한 ‘유도 신호’를 인식하게 만들었다”며 “근접비행 기술 국산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모형항공기를 이용해 실제로 근접비행 실험 연구도 곧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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