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국새, 2배 강해지고 100년 넘게 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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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합금에 희귀금속 이리듐 섞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인 국새가 과학으로 되살아났다. 이전보다 물성은 더 뛰어나고 황금색은 더 반짝였다. 4일 공개된 제5대 국새(사진)의 크기는 가로 세로 높이 각각 10.4cm, 무게는 3.38kg.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제작 과정 속에는 첨단과학이 가득하다.

국새는 하루 평균 50여 장의 대통령 명의의 각종 중요 문서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물러져서는 안 된다. 3, 4대 국새는 모두 금 은 동 아연을 섞은 합금으로 제작됐다. 문제는 순금의 함량이 70%가 넘다 보니 재질이 물러 내구성이 약하다는 것. 심지어 3대 국새는 사용 중에 균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새 제작을 맡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정만 박사팀은 기존의 합금보다 더 강하고 광택을 잃지 않는 원소를 찾기 위해 골몰하다가 이리듐에 주목했다. 원자번호 77번인 이리듐은 운석이 충돌한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희귀금속으로 금 합금에 넣으면 합금의 조직이 조밀하고 균일해지기 때문에 치과에서 사용되는 임플란트 재료로도 많이 쓰인다. 그래서 제작단은 국새에 처음으로 이리듐을 0.95g(0.01%) 넣었다.

3, 4대 국새 조각을 현미경으로 보면 크기가 수 mm인 입자가 불규칙하게 배열돼 있지만 5대 국새는 입자 크기가 50μm(마이크로미터·1μm=100만분의 1m)로 작고 일정하다. 도 박사는 “5대 국새는 기존의 것보다 강도가 두 배 이상 높아져 1년에 5000번씩 사용해도 100년 이상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국새는 국방기술품질원의 내부검사도 무사히 마쳤다. 연구진은 조만간 국새 제작 전 과정을 책과 영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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