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페르미硏 포착보도에 英 네이처 “가능성 없다”
4월이어 또 해프닝… 美-유럽 “결론은 다음 기회로”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검출기 CMS(왼쪽)에서 최근 특정 입자가 과다하게 검출돼 한때 힉스 입자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LHC에 ‘왕좌’를 넘겨주고 올해 9월 가동 중단을 앞둔 미국 페르미가속기연구소의 가속기 테바트론(오른쪽)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지만 학계는 ‘해프닝’으로 결론냈다. CERN· 페르미가속기연구소 제공
‘신의 입자’는 정말 존재하는 걸까. 최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가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Higgs Boson) 발견 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힉스는 자연계의 기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로 작년부터 그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1∼27일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열린 국제고에너지물리학회는 이 논쟁이 정점에 이르렀다.
○ CERN 소장 “2012년은 돼야…”
발단은 영국 BBC의 보도였다. BBC는 지난달 24일 페르미연구소의 디제로 팀이 힉스 입자의 단서를 포착했다고 보도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의 여러 매체도 일제히 이 내용을 다루며 관심을 보였다. 디제로팀은 국제고에너지물리학회에서 결과를 처음 공개해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하지만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다음 날인 25일 이런 기대감에 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학회에서 수많은 연구 결과가 발표됐지만 힉스가 존재할 가능성을 예견한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학회가 열린 그르노블의 알펙스포 센터 대강당에는 일말의 전율도 일지 않았다”면서 연구자들의 실망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단 한 팀 예외는 있었다. 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 있는 검출기 아틀라스와 CMS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진이 특정 입자들이 과도하게 검출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네이처’는 “이 현상도 현재까지는 힉스의 근거로 보기엔 무리라는 게 물리학자들의 주된 견해”라고 전했다.
롤프디터 호이어 CERN 소장도 힉스 존재 여부가 ‘진실 공방’으로 번지기 전에 진화에 나섰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힉스의 존재 여부는 2012년쯤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페르미硏 “오류 가능성 열어놓고 재검토”
사실 힉스를 발견했다는 주장은 올해 4월에도 한 차례 나왔다. 유명 과학블로그인 ‘Not Even Wrong(낫 이븐 롱)’에 LHC 실험에서 힉스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주요 언론을 통해 이 내용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CERN은 약 2주 뒤 “힉스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힉스 발견을 놓고 몇 달 사이에 이런 ‘해프닝’이 두 차례나 벌어진 건 ‘지금쯤 알려질 때가 됐다’는 분위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LHC로 지난해 3월 30일 7테라전자볼트(TeV·1TeV는 1조 eV)로 양성자끼리 충돌시키는 실험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7000만 회 이상 충돌 실험을 했다. 데이터가 쌓이는 만큼 연구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는 것이다.
페르미연구소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디제로팀은 LHC가 아니라 페르미연구소에 있는 가속기 테바트론으로 실험했다. 테바트론은 LHC보다는 에너지가 낮지만 힉스를 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페르미연구소가 올 9월 테바트론의 영구 가동 중단을 앞두고 결과 발표를 서두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월 페르미연구소의 CDF팀이 ‘제5의 힘’을 발견했다고 주요 언론에 대서특필됐지만 6월 디제로팀은 같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제5의 힘’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정반대의 내용을 발표했다.
페르미연구소는 현재 태스크포스를 꾸려 불일치 내용을 재검토하고 있다. 김영기 페르미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론물리학 전문가 등 연구소 내 여러 팀이 여러 관점에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최종 결론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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