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방사선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산소의 존재를 평소 느끼지 못하듯이 방사선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의학 분야에서 방사선은 해롭고 피해야만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효자 역할을 한다. 의료용 방사선 검사 및 치료는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위험하지는 않은지 알아봤다.》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3차원 입체영상과 고에너지 방사선으로 몸 안에 있는 암세포만을 제거하는 암 치료 장비인 리니악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방사선이 센 만큼 암세포 치사율도 높다. 동아일보DB
○ 태아기준 25mSv 넘지 않아야
X선 검사는 방사선을 이용한 병의 진단법 중 가장 친숙하다. 여기서 시작한 방사선 진단은 컴퓨터단층촬영(CT)을 거쳐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PET-CT)까지 발전했다.
흉부 촬영의 경우 인체에 노출되는 방사선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접하는 방사선량(연간 2∼5mSv·밀리시버트)의 10일 치(약 0.1mSv)와 비슷하다. X선 검사는 노출량이 적고 검사법이 간단해 결핵 폐렴 폐암 등의 폐질환과 신장결석, 장폐색증, 골절을 진단하고 추적하는 데 유용하다.
CT는 X선 촬영에 비해 신체 구조물이나 병의 위치를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 두경부(경부와 뇌를 제외한 머리와 목 부분) 폐 식도 간 복부 뼈 등 거의 모든 장기의 종양성 질환 및 외상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이때 나오는 방사선은 촬영기법에 따라 2∼8mSv인데 일상생활에서는 8개월∼3년간 노출되는 정도와 비슷하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자주 찍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저선량 CT로 흉부 촬영 시의 방사선량을 1mSv 정도까지 낮췄다.
일부 여성은 임심한 사실을 모르고 방사선 검사를 받을 때가 있다. 대부분의 진단용 검사는 태아를 기준으로 25mSv를 넘지 않으므로 임신중절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어린이는 신체가 작고 방사선에 예민하므로 어른과 같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돼도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검사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낮은 방사선을 이용해야 한다.
PET-CT는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선 의약품을 이용한다. 암에 대한 감별 진단, 재발 평가, 치료 효과 판정에 유용하다. 치매 같은 뇌신경질환 및 심근경색 같은 허혈성 질환에도 사용한다. 여기서 나오는 방사선량은 CT 촬영할 때와 비슷하다.
○ 세기-정확성 개선돼 인체영향 적어
병의 진단뿐만 아니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와 같이 치료 분야에서도 방사선을 활용한다.
2001년 이전에는 방사선이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줘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세기조절 방사선 치료(IMRT)가 도입되면서 암세포의 모양에 따라 방사선량을 조절함으로써 정상 장기는 피하는 식으로 더욱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종양 모양에 따라 정교하게 방사선을 쬐이므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개발한 방법이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치료하는 영상유도 방사선치료(IGRT·Image Guided Radiotherapy)다.
현재는 IMRT와 IGRT가 결합되어 이전보다 훨씬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 4차원 회전추적 치료(VMAT)로 이전보다 방사선을 쬐는 시간과 양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대개 30∼70Gy(그레이·3만∼7만 mSv에 해당).
암이 있는 부위만 집중적으로 쬐이므로 다른 부위에는 영향이 적다. 신체 전체가 3000∼4000mSv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절반 정도가 숨진다. 이 때문에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한 부위에 쬐이는 장비가 발달했다.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전립샘암 림프종도 치료방사선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수술 뒤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이용한다. 유방암의 경우에는 수술 뒤의 방사선 치료를 전제로 부분 절제술을 시행한다. 방사선 치료는 종양으로 인한 출혈, 압박증상, 통증을 완화하는 데도 이용된다.
갑상샘암에서의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수술 후 아주 조금 남은 갑상샘암을 방사성 요오드를 이용해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 갑상샘암이 아주 적거나 전이가 시작됐을 때도 사용한다.
방사성 요오드의 용량에 따라 3mSv 정도면 외래진료로 치료할 수도 있다. 3mSv 이상이면 입원해 치료한다. 방사성 요오드를 복용하면 거의 대부분이 갑상샘에 흡수된다.
아주 적은 양이 침샘에 들어가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침분비를 자극하는 신맛의 사탕이나 껌을 씹기도 한다.
(도움말=남희림 강북삼성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정아영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김경주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석주원 중앙대병원 핵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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