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바이러스의 습격]<中>만성질환도 바이러스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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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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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막으면 암-당뇨도 줄어

쥐에게서 골수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친이 종쥐백혈병바이러스(XMRV)’가 혈관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 사진 제공 미국 위트모어피터슨 연구소
쥐에게서 골수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친이 종쥐백혈병바이러스(XMRV)’가 혈관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 사진 제공 미국 위트모어피터슨 연구소
독감이나 감기처럼 빠르게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질환뿐 아니라 암, 당뇨병, 만성피로증후군 같은 질환도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백신을 개발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으면 발병률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바이러스 감염만 막아도 암 발병 크게 줄어


미국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을 앓다가 2009년 8월 사망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1월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신경외과 찰스 콥스 박사의 말을 인용해 “(케네디 의원이) 거대세포바이러스(CMV)가 교모세포종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콥스 박사는 2008년 5월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CMV가 만드는 단백질이 세포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해 뇌종양의 증식을 돕는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CMV 외에도 다양한 바이러스가 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신해림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팀은 국내에서 발생한 남성암의 25%, 여성암의 16%가 B형·C형 간염 바이러스, 인유두종바이러스 그리고 헬리코박터파이로리균과 같은 세균에 감염돼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종양학 저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간염바이러스는 간암에,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에, 헬리코박터파이로리균은 위암에 영향을 미친다. 박소희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사업부장은 “간염 백신을 맞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빨리 치료하면 해당 암들의 발병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만성피로, 당뇨병도 바이러스 영향

세계 인구의 1%(6000만 명)가량이 아무런 이유 없이 피로를 느끼는 만성피로증후군을 앓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위트모어피터슨 연구소 연구진은 “만성피로증후군을 앓는 환자 101명 가운데 67%인 68명이 친이종쥐백혈병바이러스(XMRV)를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2009년 10월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XMRV는 쥐에게서 백혈병과 골수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바이러스다.

2009년 3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사람의 장에 서식하는 ‘장바이러스(enterovirus)’가 1형 당뇨병의 원인이란 연구결과를 같은 학술지에 소개했다. 1형 당뇨병은 몸 안의 혈당농도를 조절하는 인슐린이 아예 분비되지 않는 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당뇨병센터 마티아스 헤라스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백신을 만들면 1형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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