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서 '삼성폰' 광고하는 속사정?

동아닷컴 입력 2010-09-06 17:19수정 2010-09-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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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손안의 PC’를 지향하는 스마트폰 시장이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러한 와중, 지난 8월 19일,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Galaxy)’ 시리즈의 신제품인 ‘갤럭시 U’가 출시되었었고, TV 광고도 함께 방영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광고는 다른 삼성 휴대폰 TV 광고와 달리, ‘삼성’, 혹은 ‘애니콜’이라는 음성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광고 후반에 작게 글자가 표시될 뿐이다), 오히려 통신사인 LG U+(LG 유플러스, 구 LG 텔레콤)의 로고를 크게 보여주면서 광고가 끝난다. 그렇다. 이 광고의 광고주는 삼성전자가 아닌 LG U+인 것이다.

LG U+는 LG그룹의 이동통신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국내 휴대폰 단말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는 LG전자와 같은 계열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LG U+가 ‘형제’인 LG전자의 최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제품을 전면적으로 밀어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2010년 8월 기준으로 LG U+는 총 887만 명 정도의 휴대전화 누적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를 적은 수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국내 3대 이동통신 사업자 중에 가장 빈약한 세력이라는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LG 그룹의 산하에 있는 LG U+가 3인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 타 통신사에 비해 매력적인 단말기의 수가 부족한 것도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2010년 9월 현재, 제품 가격 비교 사이트인 ‘에누리닷컴’ 기준으로 LG U+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단말기는 총 36종이다. 이는 SK텔레콤의 106종, KT의 81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나마 공급되는 단말기 중에서도 태반은 LG전자의 것이고 타 제조사의 제품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LG U+ 가입자는 LG전자의 것 외에는 단말기 선택의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된 것은 LG U+의 태생적인 특성에도 기인한다. 타사와 달리, 단말기를 대량 제조하는 계열사(LG전자)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 아무래도 타사보다는 같은 계열사의 단말기에 마케팅이나 홍보의 역량이 어느 정도 기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KT 역시 ‘에버(Ever)’라는 브랜드로 단말기를 생산하는 계열사인 ‘KT테크’가 있긴 하지만 단말기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LG전자에 비해 미약하므로 이를 LG U+의 상황과 동등하게 평가하긴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타 단말기 제조사는 LG전자의 ‘텃밭’인데다가 타 통신사에 비해 시장 점유율까지 낮은 LG U+쪽으로의 단말기 공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같은 시리즈의 단말기를 공급하더라도 LG U+용의 제품은 일부 기능이나 사양을 축소시킨 이른바 ‘다운그레이드’판이 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이번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LG U+용 스마트폰인 갤럭시 U 역시 SK텔레콤용인 ‘갤럭시 S’에 비해 액정의 등급이나 메모리의 용량 등의 사양이 낮다.

때문에 LG U+는 LG전자의 단말기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실제로 LG전자에서 경쟁력 있는 단말기를 출시할 때마다 LG U+의 가입자 수 역시 증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이 큰 인기를 끄는 시장 상황임에도, LG전자의 스마트폰이 기대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자 LG U+의 스마트폰 관련 서비스 역시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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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LG전자의 스마트폰과 대조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의 신제품인 갤럭시 U가 LG U+용으로 출시되었으니, LG U+ 입장에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갤럭시 U를 전폭적으로 밀어주려니 집안 식구이자 삼성전자의 경쟁자인 LG전자의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하여 LG전자의 스마트폰만 바라보려니 ‘계산’이 나오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선택은 현재 보는 대로다. LG U+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형제의 원수(?)인 갤럭시 U의 판촉에 큰 힘을 기울였으며, 그 결과, 갤럭시 U는 판매 첫 주 동안 2만 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는 등, 기존 LG U+의 주력 스마트폰이었던 LG전자 ‘옵티머스Q’의 2배에 달하는 일 평균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범 LG 그룹 전체의 시각으로 볼 때는 이를 보고 웃어야 할지, 아니면 울어야 할지 곤란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보약’이라면 역시 LG전자에서 경쟁력 있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일반폰에 주력하느라 스마트폰 시장 진입의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LG전자에 남아 있는 시간과 기회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더욱이, 흥행의 ‘보증수표’라고 할 수 있는 애플의 ‘아이폰 4’가 KT를 통해 곧 출시될 예정이다.

최근 LG전자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차세대 기술 분야에 필요한 신규 인력을 대대적으로 모집할 것을 밝혔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계, ‘윈도우폰7’ 기반의 스마트폰인 ‘옵티머스7’의 시제품을 공개하며 ‘반격’을 선언한 상태다. LG전자와 LG U+가 현재의 불편한 상황에서 언제쯤이나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그들의 저력과 뒷심에 기대해볼 따름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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