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후 자궁회복에 100일 걸려 성질 따뜻한 바나나 산모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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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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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에 산후조리 하는 산모는 괴롭다. 마음은 찬 것을 요구하는데 몸은 찬 것을 따라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은 산후조리에 대해 “어혈을 풀고 허(虛)한 것을 보(補)하라”고 했다. 출산 과정에서 자궁과 골반에 생긴 어혈은 호박과 잔대(초롱꽃과)를 달여 먹으면 차츰 풀린다. 문제는 보하는 방법이다. 산후에 무조건 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배고팠던 부모세대의 유산이다. 지금은 지나친 고칼로리 음식보다는 미역국에 조개류를 넣어 담백하게 먹는 것이 좋다. 자궁 속 분비물인 오로(惡露)가 다 사라지지 않았을 때는 함부로 보하면 안 된다. 아랫배를 눌렀을 때 단단하고 아프면 오로가 남아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출산 후 100일 동안 자궁에서 오로가 계속 나온다고 보기 때문에 산후조리는 100일 동안 하라고 한다. 자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성관계를 하면 골반에 부담을 주고 자궁 수축에 장애도 생긴다. 그래서 100일 동안은 부부관계를 금해야 한다. 백일잔치는 아기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를 위해서도 잡아 놓은 일정이다. 100일 뒤부터 부부관계를 해도 된다는 의미다.

여름철 산후조리 과정에서는 찬물 목욕과 찬 음료수, 찬 과일 섭취를 삼가야 한다. 농경사회의 구들장 문화에 익숙한 우리 민족이 수렵문화의 유전자를 가진 서양 사람처럼 출산하자마자 몸을 시원하게 만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찬바람이 뼛속으로 스며들어 뼈마디가 시리고 쑤시면서 치아가 흔들리는 산후풍의 고통을 받는다. 여름철 사람의 배는 시원한 우물과 같아서 찬 음료수와 찬 과일을 먹으면 좋지 않다. 과일을 먹고 싶으면 바나나가 무난하다. 바나나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면서 세로토닌이 풍부하므로 산모에게 정신적 안정과 영양 회복에 좋다. 덥더라도 팔다리는 노출시키지 말자. 산후에 피부가 탄력을 잃은 상태에서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에 노출되면 찬바람이 들어와 팔다리가 쑤시고 저린다.

여름철엔 회음부 절개 부위가 빨리 아물지 않는다. 이때는 쑥을 달여서 김을 쏘이거나 쑥물로 뒷물을 하면 빨리 아문다. 지나친 난방도 해롭다. 몸이 시릴 때는 돌침대 등을 사용해 온도 조절을 쉽게 하면서 가볍게 보온하는 것이 좋다. 올바른 산후관리가 남은 인생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더운 여름에는 산모를 위한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중요하다.

오수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인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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