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환자의 증세를 봐야 파킨슨병인지 알 수 있었는데 이제는 고성능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이용해 뇌 사진을 찍으면 병에 걸렸는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뇌 사진 책인 ‘7T MRI 뇌지도’를 펴낸 조장희 가천의과대 뇌과학연구소장(사진)은 지난달 26일 기자와 만나 “파킨슨병 외에도 대표적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나 뇌중풍(뇌졸중)도 뇌 사진을 이용해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뇌지도 책에 대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 책은 독일 출판사인 슈프링거사가 출판했으며 560장의 정밀한 뇌 사진을 담았다. 의대나 뇌 관련 연구자들이 사용할 예정이다.
뇌 사진을 이용해 뇌질환을 미리 알 수 있게 된 것은 조 소장이 2006년 7T(테슬라) MRI를 들여온 덕분이다. 7T MRI의 해상도는 0.3mm. 지구 자기장의 35만 배쯤 되는 강력한 자기장으로 뇌 사진을 찍는다. 모세혈관이 낱낱이 드러날 정도다. 일반 병원에서 사용하는 MRI는 1.5∼3T로 해상도는 1mm 수준이다. 여기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0.1T MRI(1981년)와 2T MRI(1985년)를 직접 개발하는 등 30년간 MRI 외길을 걸은 조 소장의 경험과 노하우가 보태졌다.
2007년 세계에 4대밖에 없던 7T MRI는 불과 3년 사이에 40여 대로 크게 늘었다. 조 소장은 “지금도 이 장치는 아시아에서는 가천의과대에만 있다”며 “연구소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7T MRI 경쟁에서 뒤진 프랑스와 일본은 2007년부터 11.7T MRI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자기장이 셀수록 영상이 선명하다. 조 소장 역시 ‘비장의 무기’인 14T MRI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14T MRI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과 전혀 다른 자기장 물질을 사용해야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해상도가 최소 2배 이상 좋아질 테니 뇌 연구에 신세계가 열리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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