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어린 시절 ‘뚱보’가 비만치료 학회의 ‘수장’됐죠!”

  •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장두열 대한비만체형학회 4대 신임 회장, 올바른 비만 개념 정립하고 국제 세미나 유치할 계획

“오늘날 인류를 가장 위협하는 ‘전염병’은 비만이다. 비만은 이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의장이 비만의 심각성에 대해 강조하며 한 말이다. 비만이 야기하는 합병증도 한둘이 아니다. 흔히 알고 있는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부터 성장장애, 성조숙증까지 증상도 다양하다.

비만으로 야기되는 경제적 손실도 만만찮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낸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 산출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한 해 국내에서 비만으로 발생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조8239억 원. 1998년 1조17억 원보다 80%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는 2005년 국민 전체 의료비의 3.8%, 국내총생산(GDP)의 0.21%를 차지하는 액수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비만을 연구하고 그 치료에 앞장서는 단체가 있다. 4500여 명의 의사를 회원으로 둔 대한비만체형학회가 그것. 2003년 출범한 대한비만체형학회는 비만과 체형 관련 학회 중 국내 최대 규모다.

6월 대한비만체형학회 제4대 회장으로 선출된 장두열 씨를 만났다. 그는 서울 강남구 청남동에 있는 비만체형치료전문 ‘체인지클리닉’의 원장이다.

○ 병원과 학회,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동료 의사들은 올해 39세인 그가 큰 학회의 회장이 된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동안 그가 학회에 기울인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비만체형치료에 관한 수십 차례의 강의와 수술시연회를 가졌다. 두 가지 레이저를 동시에 사용해 지방을 효과적으로 녹이는 ‘듀얼레이저’ 등 새로운 치료법도 개발했다. 회장 취임 뒤엔 사회복지단체인 ‘푸르메재단’과 손잡고 장애인 비만치료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대만과 중국 홍콩 등 외국 의사들을 교육하는 아카데미를 열어 현재까지 20여 명의 수료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그는 학회에 관한 애착이 남달라서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한쪽에 학회 사무실을 옮겨왔다.

장 회장은 “일선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비만체형치료를 하는 의사들의 문제점도 많이 알게 됐다”며 “학회 차원에서 회원들에게 약물 오남용이나 부적절한 시술 등을 알려 환자들이 안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환자를 바라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

장 회장이 비만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지금은 보기 좋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그이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그는 교내에서 줄곧 가장 뚱뚱한 학생이었다. 소아비만이 성인이 될 때까지 쭉 이어졌던 것. 한때는 체중이 100kg이 넘었다. 지금의 몸매는 의대 시절부터 꾸준히 다이어트를 하며 관리해 온 결과물.

그는 “나도 그랬지만 살을 빼고 난 후 삶의 질이 달라졌다는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면서 “비만치료는 살을 뺌과 동시에 심리적인 자신감까지 되찾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병원 이름도 ‘바꾼다’는 의미의 ‘체인지(Change)’로 지은 것.

비만치료가 지방과 몸무게를 줄이는 방법이라면 체형치료는 아름다운 체형을 만드는 치료방법이다. 허벅지 등 신체 특정부위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콤플렉스를 제거해 준다. 체형치료에 있어서도 전문성은 필수. 경험이 부족하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시술 부위의 피부가 늘어지는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 대한비만체형학회, 아시아 학회 최초로 ‘국제미용의료학회’ 가입

대한비만체형학회는 2007년 세계 27개국을 회원국으로 가진 ‘국제미용의료학회’에 아시아 국가 학회로는 처음으로 가입했다. 국제적인 학회로 인정받은 셈.

국제미용의료학회는 25년 전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4개국이 주축이 되어 만든 국제학회로 2년에 한 번씩 세미나를 열어 최신 의료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공유한다. 장 회장도 7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제17차 세미나에 참석해 미용치료의 세계적인 흐름을 경험하고 돌아왔다.

그는 “앞으로 학회가 벌이는 해외 활동의 많은 부분을 국제미용의료학회와 함께 하게 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한국에서도 세미나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비만치료에 대해 장 회장은 “캠페인 등 홍보사업을 확대해 비만과 체형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정립하고 장애인과 노약자 등에 대한 복지사업에도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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