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해도 악플 7239건… 포털 자체삭제 포함땐 4배 규모

  • 입력 2009년 6월 18일 03시 00분


2009년 1월 15일자 동아일보 A1면.
2009년 1월 15일자 동아일보 A1면.
■ 네이트-싸이월드 뉴스 ‘신고된 악플’ 분석

《1977년생 남자인 A 씨는 대표적인 ‘악플러’다. 그는 지난달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 동안 인터넷 포털 네이트와 싸이월드에 실린 뉴스를 읽고 수십 건의 댓글을 달았다. 그 가운데 모두 16건이 다른 누리꾼들에 의해 악플로 신고당했다. 하루 평균 2건 이상의 악플을 단 꼴이다. 댓글 내용은 “짐승만도 못한 싸이코…”하는 식으로 다른 사람을 비하하거나 공격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악플러 평균연령 25.7세…9%는 상습적으로 올려
악플 신고건수로 보면 상위 0.4%가 40%차지

○ 3건 이상 악플신고 전체의 9%

지난달 11∼17일 네이트와 싸이월드에 게재된 8만8000여 개 기사에 달린 7239건의 악플을 분석한 결과 A 씨 같은 ‘상습 악플러’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악플을 단 사람은 4633명으로 1인당 일주일 동안 평균 1.6건의 악플을 달았다. 3건 이상의 악플이 신고된 사람도 416명에 이르렀다. 전체 악플러의 9.0%에 이르는 수치다. 1978년생 여자 B 씨는 “△△ 경찰이 뭐 벼슬이냐 ㅂㅅ” 등 욕설이나 비방을 담은 댓글 8건이 악플로 신고됐다.

신고 건수로 보면 소수 악플러의 폐해가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악플로 신고된 댓글 7239건에 대해 총 533만여 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이 가운데 상위 20명의 악플러에 대한 신고가 약 214만 건에 달했다. 악플러 0.4%에게 전체 신고 건수의 40%가 몰린 셈이다. 댓글이 삭제되지 않고 화면에 걸려 있는 시간 등의 변수를 감안해야 하지만 이들에 대한 신고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악플 중에서도 특히 질이 나쁘다는 것을 말해준다.

악플러는 대부분 10대와 20대의 ‘젊은’ 누리꾼이었다. 평균 연령은 25.7세. 인터넷 조사기관인 코리안클릭의 자료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네이트 뉴스 사이트의 순방문자(UV)는 1262만 명. 이 가운데 29세 이하는 전체의 절반(46.9%)인 592만 명이었다. 반면에 이번 조사에서 악플러 4633명 가운데 29세 이하는 3542명으로 전체의 76.5%에 이르렀다.

반면 30대는 전체 UV의 27.5% 정도를 차지하지만 악플러 비중은 16.6%였고, UV의 16.6%를 차지한 40대는 악플 비중이 3.2%에 그쳤다. 50대 이상은 거의 악플을 달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 악플 절반은 상대방 비방

이번 조사에서 악플은 모두 10개 유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타인에 대한 욕설 또는 비방’이 2223건으로 전체 30.7%로 가장 많았다. ‘인신 공격 또는 명예훼손’이 1404건, 19.4%였다. 다른 사람에 대한 비방성 악플이 전체의 50%를 넘는 셈이다.

‘근본도 없는 인간’이라거나 ‘쪽발이’ 등의 표현을 쓰거나 정치인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식의 사례는 그나마 나은 편.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이 밖에 ‘음란성 내용 또는 음란물 링크’와 ‘상업적 광고, 사이트 및 홈피 홍보’도 각각 1693건(23.4%), 729건(10.1%)이었다. 악플 3개 중 1개는 음란물이나 스팸 광고성 글이었다.

또 ‘기사 내용과 관계없는 내용’도 5.1%였고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도배 글’이 4.7%였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악플은 3.0%로 예상보다 적은 편이었다.

○ 실제 악플은 훨씬 많아

이번 분석은 누리꾼들이 스스로 인터넷포털 운용사에 ‘악플’이라고 신고한 댓글만을 대상으로 했다. 네이트와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삭제한 악플은 이보다 훨씬 많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와 싸이월드의 뉴스사이트에는 조사 기간 총 8만8164개의 기사가 게재됐고 이들 아래에는 총 40만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회사 전문 모니터링 요원이 악플로 판단해 직접 삭제한 댓글이 2만262개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말 모니터링 요원을 100여 명 늘려 총 300여 명 규모의 관련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이 삭제한 악플이 누리꾼들이 신고한 것과 일부 중복될 수 있지만, 산술적으로 실제 악플 수는 신고된 7239건의 최대 4배까지 될 수 있다.

특히 네이트와 싸이월드는 이미 ‘댓글 실명제’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은 뉴스사이트 UV 수가 더 크고 실명제도 도입하지 않아 악플 수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본보 올해 1월 ‘댓글 분석’과 비교

‘악플’ 누가 쓰는가에 초점… 신고된 댓글만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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