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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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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매출기준 기업 순위
21위서 10위로 수직상승
‘TV + 인터넷 + 휴대전화’
3각 결합상품 본격경쟁
통신요금도 내릴 가능성
방송통신위원회가 18일 KT와 KTF의 합병을 승인함에 따라 상반기(1∼6월) 합병을 완료하겠다는 KT의 계획에 파란불이 켜졌다.
합병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유무선을 결합한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 SK와 LG 등 경쟁 진영도 통신계열사의 합병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KT와 KTF의 합병이 방송통신 산업과 시장의 빅뱅을 이끌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 방송통신 산업 지각변동
KT-KTF 합병은 매출 기준으로 지금까지 역대 최대였던 LG전자와 LG정보통신 합병(16조2715억 원)보다 규모가 크다. 자산 규모(24조1293억 원)로도 금융권을 제외하면 최대다.
합병 KT는 매출액 기준 기업 순위(공기업 포함)가 21위에서 10위로(2007년 기준), 자산규모 기준 순위도 23위에서 18위로 뛰어올라 재계에서 입김도 세질 것으로 보인다.
KT는 합병 이후 5년간 12조 원을 투자해 5조 원 수준의 생산 유발 효과와 3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을 통한 비용 절감도 연간 30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96년 개인휴대통신(PCS) 사업권을 따내며 KT의 자회사로 탄생한 KTF는 13년 만에 역사를 마감하게 됐다.
KT가 ‘몸집 키우기’로 유무선 통합시대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나섬에 따라 경쟁 진영 역시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게 됐다.
일단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합병이 조만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SK그룹 역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방송과 통신사업자 간의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두 회사의 합병은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간 인수합병의 가속화 등 유료방송 시장에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통신업계의 인터넷TV(IPTV) 상용화, 케이블TV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 및 인터넷전화 시장 공략 등과 맞물려 방송통신 융합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 소비자에게는 무엇이 달라지나
이석채 사장은 지난달 동아일보와 가진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합병이 성사되면 와이브로와 3세대(3G) 휴대전화의 장점을 합쳐 한국형 블랙베리, 모바일 인터넷전화, 모바일 IPTV 등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합병을 계기로 다양한 결합상품을 내놓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유무선 업체가 하나로 합치면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TV, PC, 휴대전화 등 3개 경로를 통해 제공하는 ‘3 스크린 전략’이 확산될 것이라고 본다.
당장 소비자들은 유선과 무선 서비스 가입 창구가 단일화돼 편리해진다.
또 ‘유선+무선+방송+인터넷’을 합친 결합상품의 종류가 늘어나고 통신요금 역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제도 개선이 인가 조건에 포함되면서 일주일씩 걸리던 번호이동 절차 역시 훨씬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 누가 웃었나
이번 결정에 앞서 SK텔레콤 LG텔레콤 등 경쟁업체들은 합병으로 KT의 독점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내전화 망 분리 등의 강한 인가 조건을 요구했으나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위원회는 합병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합병으로 유무선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KT가) 글로벌 사업자로 발돋움할 기반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다만 통신 산업 발전을 위해 3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경쟁업체들이 전봇대와 관로 등 설비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KT가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점 등이다.
KT의 합병 물꼬를 터주면서도 SK텔레콤 등의 ‘체면’도 어느 정도는 배려해준 것이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