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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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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홍길(50·사진) 포스텍 교수가 세계 3대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와 ‘네이처’ ‘셀’ 등에 모두 연구논문을 싣는 데 성공해 ‘과학계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남 교수팀은 22일 “영국 레스터대와 경북대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로 고등 종자식물의 독특한 생식과정인 중복수정의 메커니즘을 처음 규명해 네이처 23일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남 교수는 식물의 생체시계 조절 유전자 연구로 사이언스(1999년 9월 3일자), 식물의 빛 인지 메커니즘 규명 연구로 셀(2005년 2월 11일자)에 각각 논문을 실은 바 있다.
포스텍 학술정보처는 “1981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3대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주도한 연구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한국인으로서는 이서구 이화여대 석좌교수에 이어 두 번째”라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198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 의대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1988년 포스텍에 부임했다. 이후 ‘애기장대’를 이용해 식물의 발달과정을 꾸준히 연구하며 식물의 노화와 빛에 대한 반응, 생체시계에 의한 주기성, 개화 관련 유전자 기능 분석 등의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성과를 쌓아 식물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는 이 같은 업적으로 2006년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주는 한국과학상을 받기도 했다.
남 교수팀이 이번에 연구한 중복수정은 생물학계에서 속씨식물의 진화를 이끈 핵심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남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식물이 갖고 있는 ‘FBL17’이라는 단백질이 쌍둥이 정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세포 분열을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남 교수는 “식량의 주요 공급원인 속씨식물 종자의 발달과정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종자식물의 생산량이나 생산 방법 개선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