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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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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계열사 의존도 크고 해외진출 미미
“IBM-오라클 등 글로벌업체 상륙땐 위기”
최근 몇 년 동안 급성장해 온 국내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들이 최근 정체기를 맞고 있다.
국내 IT 서비스시장의 대부분을 나눠 가진 삼성SDS, LG CNS, SK C&C 등 이른바 ‘빅3’ 업체의 매출은 지난해 3%도 증가하지 않았으며 올해 상반기(1∼6월)에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그룹 내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제대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독자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사업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SDS, LG CNS(연결 기준), SK C&C 등 3개사의 지난해 매출은 5조6000억 원으로 2006년 5조4400억 원보다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6년에 전년 대비 14.7%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매출은 늘었지만 증가율은 5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은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3사의 매출액은 약 2조8000억 원에 그쳐 성장이 정체되는 모습이다.
이들 3사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그룹 내 계열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그룹 의존도를 지난해 58%에서 올해 49%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던 SK C&C는 올 상반기 매출의 63%를 그룹 내에서 해결해 오히려 그룹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에서는 일부 사외이사가 SK C&C 등 특정기업에 대한 발주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도 2005∼2007년 그룹 의존도가 65∼67%대로 변화가 거의 없다. LG CNS만 그룹 의존도를 2007년 34%까지 낮추는 성과를 냈다.
이에 대해 3사는 “국내 관련 시장이 더디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T 서비스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늦어지면서 ‘우물 안 개구리’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실제 SK C&C의 경우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이 0.5%에 불과해 3사 가운데 가장 낮았고, 삼성SDS와 LG CNS도 3∼4%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국내 시장을 탈피하기 위해 내놓은 U(유비쿼터스)-도시, 전자태그(RFID) 등 신(新)성장사업마저도 비슷비슷해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기찬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은 “국내 IT서비스 시장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필요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인재 관리나 브랜드 육성 부문에서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한국 IT서비스 업체들은 ‘저가(低價)정책’만으로 선진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며 “조만간 국내에서 본격화될 IBM, 오라클, BT 등 글로벌 서비스 업체들과의 경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