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kg 열세살 민우, 비만과 6개월 전쟁

  • 입력 2008년 10월 4일 03시 00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7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아비만은 최근 9년간 두 배로 증가할 만큼 심각해지고 있다. 소아청소년의 비만 치료는 체중 감량만을 목적으로 하는 성인과 달리 성장과 발달을 고려한 체중 조절로 체형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

동아일보는 또래 중 비만 정도가 가장 심한 장민우(가명·13·사진) 군의 비만 치료를 통해 소아비만 치료 방법을 알아본다.》

한끼 식사로 큰 국그릇에 밥 가득 퍼서 두번 비워

운동량 절대 부족… 고혈압 당뇨 등 건강 상태 심각

평촌성심병원 ‘민우팀’ 구성… “1차 목표 10% 감량”

“이번 기회에 엄마 아빠에게 살이 쏙 빠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175cm의 키에 몸무게는 무려 162kg으로 국내에서 또래 중 가장 비만인 장 군의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소아비만 전문가가 나섰다.

평촌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소아비만 전문 박경희 교수는 3일 장 군과 함께 비만 탈출 6개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장 군의 비만 상태를 점검한 결과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53으로 정상(19∼25)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장 군의 비만 정도는 비만 중에서도 가장 심한 ‘초고도 비만’이다.

비만으로 인해 사춘기에 접어든 장 군의 건강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장 군은 기초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간 기능 이상, 인슐린 저항성 의심(당뇨병 전 단계) 등으로 진단됐다.

박 교수는 “장 군의 비만 상태를 계속 방치할 경우 조만간 성인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당뇨병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장 군과 상담을 한 박 교수는 장 군의 생활습관을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장 군이 살이 찌기 시작한 것은 3세 때부터였다.

부모님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하다 보니 장 군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장 군은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장 군의 어머니는 아침에 일을 나가기 전 장 군과 장 군의 네 살 아래 동생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도록 밥과 찌개를 가득 만들어 놓았다.

박 교수는 “장 군 형제는 매일 부모님이 돌아오는 오후 11시가 되기 전까지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밥과 찌개, 반찬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먹었다”며 “지금도 장 군은 끼니때마다 밥을 국그릇에 가득 퍼서 두 그릇씩 먹는다”고 말했다.

장 군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거의 밖에 나가지 않고 게임을 하거나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앉아 있는 시간보다는 누워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 장 군 때문에 집안에 성한 의자나 소파도 없다.

장 군의 학업 성적은 중상위권으로 우수한 편이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다.

박 교수는 “장군은 또래 아이들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3배 이상 나가지만 다행히 활발하고 사교성이 좋아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이나 놀림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비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본 적도 없고 살을 빼야겠다고 심각하게 고민을 해 본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같은 병원의 내분비대사내과 강준구 교수, 스포츠의학센터 유우경 교수,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과 프로젝트 팀을 구성해 건강진단, 식습관 교정, 생활 및 운동지도, 부모 교육 등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치료를 할 예정이다.

일단 6개월 동안의 목표는 장 군의 체중을 10% 감량하는 것이다.

장 군은 “가장 힘든 것은 뛸 때 쉽게 숨이 차고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라며 “그러나 살을 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성장기 아이여서 위절제술 같은 수술 방법은 피하고 정밀검사를 통해 비만 원인을 찾아 구체적인 치료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장 군의 살빼기 프로젝트의 성공 요소는 생활환경을 조성해주고 조절해주는 부모의 역할과 본인의 실천 의지”라고 말했다.

앞으로 장 군의 비만 치료 과정은 동아일보 매주 수요일자에 게재되는 ‘헬스&뷰티’면에 2∼3차례 소개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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