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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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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정한 임상시험기관에서만 가능했던 임상시험용 의약품 처방이 6월부터 일반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에서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말기 암 등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임상시험 중인 신약의 투여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내 임상연구 활성화를 위해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기존 임상시험기관에서 일반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의약품 등 임상시험실시기관 지정에 관한 규정’ 개정 고시안을 입안 예고하고 6월 초부터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대학병원 등 임상시험기관으로 지정된 119개 병원에 소속된 의사만 기존 치료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응급 환자에게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에 따라 일반병원 소속의 일반의들도 사용승인 절차를 거쳐 환자에게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척추병원 등 특정질환 전문병원이나 내과, 외과 등 단일 과목의 중소병원, 동네 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말기 환자들도 임상시험 약물을 쓸 수 있게 된다.
식약청은 “우수한 의학 수준을 갖춘 전문병원이라도 임상시험기관이 아니면 이들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신약을 써볼 기회가 박탈된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이제 모든 의료기관에서 임상시험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어 환자 권익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검증되지 않은 임상시험용 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동욱 여의도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백혈병, 암 등 치명적인 병을 다루는 약을 사용하려면 그 병에 대한 경험이 많아야 한다”며 “그러나 중소병원들은 그런 환자가 많지 않아 경험부족으로 임상시험용 약의 부작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머크 등 대형 제약회사들은 대형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소수의 분야별 권위자에게만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사용하도록 허용해서 오남용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유무명 식약청 임상관리과장은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환자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병원에 수입이 생기는 것이 아니어서 병원이 신약을 오남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사가 사용 승인을 신청할 경우 신청의사, 의약품에 대한 검증을 충분히 거쳐 오남용을 막겠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임상시험용 의약품::
새로 개발됐지만 안정성과 효능이 100% 검증되지 않아 정식으로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치료제.
이런 약을 상품화할 경우 부작용이 없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사람에게 투여해 검증하는 ‘임상시험’을 거친다. 비아그라의 경우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었으나 임상시험 과정에서 발기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밝혀져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임상시험기관::
정부 승인하에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정된 기관.
국내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임상검사실(실험실)을 갖춘 레지던트 수련 병원 중 신청을 받아지정한다. 임상시험산업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대형 병원들은 경쟁적으로 임상시험센터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병원 국립암센터 등 119개 병원이 임상시험기관에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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