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진 지원사업 심사내용 공개해야”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03분


과학자에 대한 정부 연구비 지원사업 선정과정이 한층 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의 연구비 지원사업 심사내용이 ‘정보공개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향후 심사에 탈락한 과학자는 심사내용을 공개하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타인의 아이디어를 도용할 가능성도 있어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이화여대 사학과의 한 교수가 학진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취소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그는 2005년 학진의 연구비 지원사업에서 탈락하자 당시 선정된 과제의 연구계획서와 심사과정을 공개하라고 학진에 요청한 바 있다.

지금까지 학진은 심사에서 탈락한 연구자에게 자신의 연구에 대한 심사평을 공개할 뿐 선정된 과제의 연구계획서와 심사결과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연구계획서에 포함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 그리고 심사결과서에 담긴 심사위원의 평가 등의 내용이 공개되면 지적재산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보 보호보다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 등 정보 공개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학진은 매년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분야에 거의 절반씩 1조 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학진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심사에서 탈락한 연구자들의 심사 내용 공개 요청이 당장 쇄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연구계획서가 공개될 경우 타인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먼저 논문이나 특허 등을 낼 가능성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진의 주장이다.

한편 올 9월 학진과 통합될 예정인 한국과학재단도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과학재단은 학진과 마찬가지로 다른 연구자의 심사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과학재단은 지난해 과학기술 연구 과제에 9630억 원을 지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