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연의 이코노믹 사이언스]이공계는 저평가 가치주

  • 입력 2008년 2월 19일 17시 11분


이채원 펀드매니져
이채원 펀드매니져
《‘경제원리’와 ‘돈’이라는 눈으로 보면 과학은 과연 어떻게 보일까요? 여러분과 함께 돈 냄새 물씬 풍기는, 색다른 과학여행을 떠나 보려고 합니다. 결코 놓칠 수 없는 ‘이코노믹 사이언스’의 부수입! 때때로 대박을 낳는 글이 숨어 있습니다. 》

혹시 학생이라면 ‘미래에 내가 무슨 직업을 가질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보셨을 겁니다.

요즘 최고의 인기 직종이라는 금융 전문가? 전통의 명가인 의사, 법조인? 세계를 누비는 기업가? 보람 많은 교사? 역시 안정적인 공무원? 유망해 보이는 것도 참 많지요.

국내 최고의 가치투자자로 알려져 있는 이채원 펀드매니저란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이 운영하고 있는 펀드가 유명한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입니다. 말 그대로 10년 동안 투자할테니 자신을 믿어달라고 합니다. 그 펀드에 1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습니다.

좋은 주식은 어떤 걸까요? 매출이나 이익을 많이 내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의 주식이 흔히 좋은 주식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KOSPI)에서도 가장 비싼 주식은 삼성전자입니다. 그러나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에는 삼성전자 주식이 단 한 주도 들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최근 고민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비율은 아주 적을 겁니다).

이 분은 재미없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기업의 주식을 산다고 합니다. 즉 성장성이 약한 기업을 산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 청소 회사와 삼성전자가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삼성전자를 살 겁니다. 그러나 이 분은 청소 회사를 삽니다.

왜 그럴까요? 그 기업이 ‘망하지 않을 기업’이기 때문입니다(당연히 망하지 않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청소 회사를 삽니다). 망하지 않을 기업은 큰 성장은 안 해도 망하지 않고, 결국 꾸준히 매출과 이익을 내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주식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망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어도 손해날 가능성은 적다는 뜻입니다. 이런 주식을 ‘가치주’라고 합니다. 워런 버빗이 말했던 “투자에서 첫 번째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는 투자론과 통하는 거죠. 재미없는 주식을 산다는 투자관은 세계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불리는 피터 린치의 주장과도 일치합니다. 이 분은 재미없는 주식에서 ‘10루타 주식’이 나온다고 역설합니다.

변호사? 의사? 금융 전문가? 물론 좋은 직업입니다. 이 직업들은 결코 망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겁니다. 지금처럼 좋은 대우가 앞으로 30, 40년(여러분이 직장생활을 해야 될 시간입니다) 이어질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변호사와 의사 시장에서는 공급이 늘면서 조금씩 그런 징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직업이 지금은 엄청난 인기 직업으로 부상한 사례는 많습니다. 제가 직업을 선택했던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공기업은 재미없는 회사로 통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반 회사를 역전했죠.

혹시 직업의 세계에서 가치주를 선택하고 싶은 사람은 없나요? 전 이공계가 바로 가치주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상당히 저평가된 가치주입니다.

과학기술자의 인기가 확 떨어진 건 1997년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입니다. 그때 과학자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한 원로급 여성과학자는 “밥은 먹고 다니세요?”라는 초등학생의 어이없는 위로까지 받았다며 속상해 했습니다.

이제 많이 달라졌습니다. 최근 대기업의 입사 기록을 보면 이공계가 인문 사회계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갑니다. 과학기술부가 18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공공기관의 이공계 채용 비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거기다 과학자는 정부가 어떻게든 지원하려고 애를 씁니다.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맘먹고 강북 개발에 나서자 강남이 지고 강북이 뜨는 거 보셨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강북이 예전처럼 기가 죽지는 않을 겁니다.

이공계는 외환위기 직후가 가장 힘든 시기였고 차츰 가치를 회복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이공계를 관심에 두지 않습니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지금이 바로 ‘매수 기회’일지 모릅니다.

누가 뭐래도 성장주를 선택하고 싶으신 분들께는 역시 이공계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공계는 성장형 가치주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다음 칼럼에서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김상연 기자는

포스텍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뒤 서울경제신문 기자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동아사이언스에서 신문(동아일보). 과학동아, 어린이과학동아를 두루 만들며 인생을 배웠다. 현재 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아우른 뉴스제작팀장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 10년에 걸친 우량주 장기투자를 통해 투자 수익률 ‘마이너스 90%’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투자의 저주’ ‘투자계의 개미귀신’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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