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아지는 수면]잠 안올 때 羊 세는 이유

  • 입력 2008년 1월 7일 02시 52분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잠이 오지 않아 양(羊)을 셌다는 친구가 있다. 2000마리까지 셌는데도 눈이 말똥말똥해서 포기했다고 한다.

잠자리에서 동물을 세면 정말 잠이 올까. 왜 동물을 세어 보라는 얘기가 있는 걸까. 효과 여부를 알기 전에 먼저 잠을 유도하는 세 가지 뇌파에 대해 알아보자.

사람의 뇌에는 서파, 베타파, 세타파 등 세 가지 뇌파가 감지된다. 잠과 관련된 것은 진폭이 크고 주파수가 느린 서파와 세타파다. 반면 베타파는 복잡한 두뇌활동을 할 때 나타나는 뇌파로 진폭이 낮고 주파수가 빠르다.

서파는 깊은 잠을 잘 때 나타난다. 최근 외국에서 뇌를 자극해서 서파 수면 비율을 늘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뇌의 특정 부위를 자기장으로 반복적 자극을 가한 뒤 서파 수면을 유도해 서파 수면의 비율을 늘렸다. 인위적으로 잠의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물론 이 연구 자체가 수면을 유도한 것은 아니고 수면 중인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므로 당장 불면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다.

뇌파를 조절해서 수면을 유도하는 방법으로는 ‘뉴로피드백’이 있다. 불면증 환자의 뇌파를 연구해 보면 빠른 뇌파인 베타파의 비율이 높고 수면 중에 나타나는 느린 뇌파인 세타파의 비율은 낮다. 이런 뇌파의 영향으로 불면증 환자는 자려고 해도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쉽게 잠들지 못 한다. 뉴로피드백은 환자에게 자신의 뇌파를 관찰하게 해서 베타파의 비율은 낮추고 세타파의 비율은 높여 쉽게 잠들 수 있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 일종의 ‘뇌파 훈련’이다.

자리에 누워 동물을 세는 것과 뇌파 훈련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는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로 어떤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떠올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정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떠올리면 수면을 방해하는 베타파는 줄어드는 대신 수면을 유도하는 세타파의 비율은 늘어난다. 또 이미지에 집중하면 꼬리를 물고 나타나 잠을 방해하는 괴로운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전환효과’도 있다.

양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몇 마리인지 세는 것은 수면 유도에 효과가 없다. 머릿속으로 양의 수를 계산하다 보면 오히려 뇌를 인위적으로 각성시켜 수면을 방해한다. 오히려 바닷가로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오는 장면, 물방울이 호수에 떨어져 동심원이 그려지는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효과가 있다.

신홍범 의학박사·국제수면전문의 www.komok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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