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호 교수의 행복 바이러스]배추 셀 때 말곤 포기 쓰지 맙시다

  • 입력 2007년 1월 22일 0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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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연수 갔을 때 일입니다. 워낙 한가한 곳이어서 교통체증은 거의 없다시피 하던 곳이었는데 어느 날 왕복 2차로 도로가 꽉 막혀 있었습니다. 아마 멀리서 사고가 난 듯했습니다.

아마 국내였으면 다들 차에서 내려 기웃거릴 만도 한데 이곳 운전자들은 별로 초조해하지 않았습니다. 저 혼자 답답한 마음에 창을 내리고 고개를 길게 빼고 있을 때 저 멀리 구급차 한 대가 ‘삐뽀 삐뽀’ 사이렌을 울리면서 오고 있었습니다.

양쪽 차로가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구급차가 지나갈 틈은 없어 보였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나, 아픈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참 안됐다, 병원에 급하게 가야 할 텐데 참 운도 없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갑자기 홍해가 갈라지는 것 같은 기적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 앞에 서 있던 차가 막힌 틈 속에서 갑자기 후진을 하더니 주차를 하려는 것처럼 낑낑대면서 조금씩 갓길로 차를 몰아서 가운데 길을 비켜주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이 사람이 왜 이러나 하는데 양쪽의 모든 차가 조금씩 전진과 후진을 되풀이하면서 차를 옆으로 대고 있었습니다. 뒤돌아보니 뒤쪽 차들은 이미 다 옆으로 비켰고 제 차만 구급차를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황급히 놀라서 저도 앞으로 뒤로 움직이면서 간신히 옆으로 비켜 주었고 가운데 갈라진 틈새 길로 구급차는 씽 하니 달려 나갔습니다.

저는 이날 경험을 통해 아주 큰 것을 얻었습니다.

사실, 살다 보면 이런 교통지옥이 아니더라도 일이 잘 안되어 천지 사방을 둘러보아도 더는 어쩔 수 없고 꽉 막힌 것 같은 경험을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주변 사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때 대부분은 망연자실하며 답답한 현실을 탓하게 됩니다.

이럴 때 앞서 소개한 운전자처럼 나 혼자라도 낑낑대면서 전진과 후진을 되풀이하면서 갓길로 움직여 보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나 혼자 해봐야 소용이 없다고요? 내가 움직이면 다른 사람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아무도 동참해 주지 않아 나만 갓길로 가 있게 되면 어떻게 하냐고요? 이때 당신은 스스로 돕고 이 역경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 선구자입니다. 움직이면 된다는 문화를 만들어 낸 사람입니다. 최소한 어려움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는 위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나는 하지 않고 여건이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하지 맙시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는 맙시다. 포기라는 말은 배추를 세는 단위 외에는 쓰지 맙시다. 초등학교 학력으로 굴지의 세계적인 기업을 이룬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자주 썼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해보기는 했어?”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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