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많은 남자, 위암 더 잘 걸린다…美, 헬리코박터 감염 조사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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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현미경으로 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사진. 사진 제공 강남성모병원
전자현미경으로 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사진. 사진 제공 강남성모병원
식구가 많은 집안의 남자가 그렇지 않은 남자에 비해 위암이 걸릴 위험이 높다는 외국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 메디컬센터 미생물학 교수 마틴 블레이저 박사는 의학전문지 ‘공중과학-의학도서관(Public Library of Science-Medicine)’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에 감염된 남자들 중 형제자매가 6명 이상인 사람이 1∼3명인 사람보다 위암 발생 위험이 1.7∼2.2배 높으며 특히 막내가 가장 위험하다고 21일 밝혔다.

블레이저 박사는 하와이에 살고 있는 일본계 미국인 남자 7429명을 대상으로 28년에 걸쳐 위암 발생률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HP 감염자이면서 형제자매가 6명 이상인 사람은 위암 발생률이 4∼5명인 사람에 비해 1.2배, 1∼3명인 사람에 비해 1.7배 높은 결과가 나왔다. 또 HP가 독성이 강한 균일 때에는 형제자매가 6명 이상인 사람이 4∼5명인 사람에 비해 1.2배, 1∼3명인 사람에 비해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HP는 위암과 위궤양의 원인이 되는 균으로 위 속의 강한 산(酸)에서도 버티면서 산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인구의 약 60%가 감염됐을 정도로 일반적이다.

HP에 감염되었다고 모두 질환은 아니지만, 위궤양 십이장궤양이 있는 사람이나 HP에 의해 위에 임파종이 생긴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위궤양이나 염증으로 바뀔 수 있는 독성이 강한 HP는 전 세계에서 국내에 가장 흔한 균으로 알려져 있다.

블레이저 박사는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면역체계가 덜 발달된 시기에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형제로부터 HP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P 감염경로는 동서양인이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HP 감염은 감염자의 구토물로 전파될 수 있으므로 타인의 구토물이 손에 닿았으면 즉시 씻어내야 한다. 특히 술 취한 사람의 등을 두드려 주다 구토물이 입으로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는 “HP에 감염되면 균을 없애는 항생제와 점막 보호제, 제산제 등을 섞어서 1∼2주 치료해야 한다”면서 “시중에 HP 제거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유산균 제품은 장 건강에는 좋지만 균 박멸이나 예방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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