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부터 서울 경기, 충청, 전라 지방에 폭설이 내린 것은 북서쪽에서 한기를 동반한 기압골의 중심이 중부지방을 통과했기 때문. 17일 오후 들어서는 강원영동 등 동해안 지방에 많은 눈이 내렸다.
17일 강원 대관령에 31.2㎝의 눈이 내린 것을 비롯해 서울에는 최고 12.8㎝, 경기 수원시 22.5㎝, 충남 금산시 20.2㎝, 전북 임실군 17.2㎝ 등의 적설량을 보였다.
▽빙판길 교통사고 잇따라=폭설로 전국 곳곳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항공기가 결항됐다. 17일 오전 7시 반 경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기점 321㎞ 부근에서 결혼식 하객 25명을 태우고 충남 아산시에서 경남 거창군으로 향하던 관광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객 이모(68) 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우모(57·여) 씨 등 16명이 중·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16일 오후 8시 반 영동고속도로 속사나들목 부근에서는 개그우먼 출신 여성3인조 '미녀삼총사'를 태운 승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미녀삼총사 멤버를 비롯해 코디네이터 1명과 매니저 1명, 백댄서 3명 등이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멤버 김형은(25)은 목뼈가 탈골돼 서울 아산병원에서 전신마비 위험성 여부를 검사받고 있다.
17일 최고 40㎝의 눈이 내린 대관령과 진부령 등에는 차량통행이 한때 통제돼 이 구간을 운행하는 차량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영동고속도로(서울~강릉) 대관령 구간에 오후 1시 반~3시 반 강릉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차량들을 대관령 톨게이트에서 한때 통제했다.
또 인제~속초간 미시령 관통도로와 인제~양양간 한계령, 양구~해안면간 돌산령도 낮 12시부터 차량운행을 통제하다 오후 3시경 월동장비를 갖춘 차량에 한해서만 통과시켰다.
▽항공기, 여객선, 경마장 '스톱'=폭설로 인해 17일 한때 국내편 항공기와 여객선들의 발이 묶였다.
이날 오전 6시 반 김포공항에서 출발 예정이던 제주항공 106편을 비롯해 김포~제주 간 항공기 20편이 결항됐다. 눈이 그치면서 오후 1시 반 김포공항 발 제주행 대한항공1229편을 시작으로 운항이 재개됐지만 30분 이상 지연 출발해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폭풍주의보가 내려진 제주에서도 오전 7시 5분 김포행 첫 항공기를 비롯해 모두 104편이 결항됐다.
서·동·남해 전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이날 인천과 서해 5도 등을 잇는 12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모두 중단됐다.
이번 폭설로 골퍼들의 예약이 꽉 차있던 경기도 내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문을 닫았다.
또 과천 경마장에서는 17일 오전 11시 50분경 "예정된 12개 경주를 모두 취소한다"는 장내 방송이 발표되자마자 9시 반부터 경주를 기다리던 팬들이 강하게 항의하며 일부 관중이 경마장 내 초소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내 집 앞 눈 내가 치워야=18일 아침은 서울의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지는 등 강추위가 찾아올 전망이라 눈길 미끄럼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
주요 도로에는 염화칼슘을 뿌리는 등 제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처 손이 닿지 않은 이면도로 곳곳은 빙판길 운행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해 7월 자연재해대책법이 개정됨에 따라 눈이 왔을 경우 내 집 앞, 점포 앞은 본인이 의무적으로 치워야 하는 지역들이 있다.
서울시와 부산 12개 구, 충청북도, 경남 창원 마산시 등 자치단체들은 건물 소유자나 관리자에게 제설 작업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이행하지 않아도 과태료 처분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눈을 제 때 치우지 않아 행인이 미끄러지는 등 안전사고를 당하거나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주변 주민과 건물관리자에게 민사상 책임이 돌아간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