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 1호가 이렇게 멀리 갈 수 있었던 비결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한 전력공급장비(RTG) 덕분이다. RTG는 플루토늄이나 스트론튬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가 자연 붕괴할 때 발생하는 열을 전력으로 바꾸는 장비다.
원자력 발전은 방사성 원소가 잇달아 붕괴하는 연쇄반응을 활용하지만, RTG는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단순 붕괴를 이용한다. RTG 덕분에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벗어나 적어도 2020년까지 항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우주탐사선은 태양전지판을 갖추고 태양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지만, 보이저 1호처럼 화성보다 더 멀리 가면 태양열이 약해 태양전지판이 소용없다. 장거리 탐사선에 RTG는 필수장비인 셈이다. RTG는 태양전지판보다 10배쯤 가볍다는 장점도 있다.
RTG는 보이저 1호뿐 아니라 목성탐사선 갈릴레오, 현재 토성 주변을 돌고 있는 탐사선 카시니, 2015년쯤 명왕성에 도착할 탐사선 뉴허라이즌스에도 장착됐다. 30년 전 화성에 잇달아 착륙했던 바이킹1, 2호도 RTG로 전력을 공급받았다.
1월 뉴허라이즌스를 발사할 당시 미국의 일부 환경단체는 RTG로 인한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NASA가 1997년 카시니의 환경영향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오염 가능성은 발사 뒤 3분 50초간 1400분의 1, 지구 궤도를 벗어난 뒤 100만 분의 1 이하다. 발사 도중 사고로 RTG가 지구에 떨어지더라도 그 상자는 손상되지 않을 정도라고 평가한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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