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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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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모발)에 관한 설명이다. 모발은 혈액형, 마약 복용 여부, 중금속 오염도, 영양 상태 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유전자(DNA) 정보가 저장돼 있어 친자 확인 같은 ‘고차원적 검사’의 핵심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심지어 몇백 년 전에 사망해 미라가 된 사람의 생전 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데도 단서를 제공한다.
호주 퀸즐랜드 주 본드대의 법의학자 앤절라 밴 다알 박사는 “5년 뒤면 머리카락에 있는 DNA 정보만으로 범인의 얼굴과 신체적 특징을 알 수 있다”고 확신했다.
○ 단발, 미발, 설발…
사람의 몸에 난 털을 통틀어 모발이라고 한다. 머리카락은 머리에 난 털 중 한 가닥. 머리에 난 털을 머리털이라 하는데 흔히 모발이라고 부른다. 다른 말로 두발, 머리터럭, 머리터리, 투발(평북), 머리터레기(경북), 머리끌(함남) 등이 있다.
머리털이 난 위치와 길이에 따라서도 명칭이 달라진다. 정수리의 머리털을 전모, 짧은 머리털을 단발, 긴 머리털을 장발, 아름다운 머리털을 미발, 눈처럼 흰 머리털을 설발이라고 한다.
모발은 손바닥, 발바닥, 입술, 유두, 성기를 제외한 전신에 나 있다. 모발의 굵기는 나이에 따라 다르다. 대개 0.12∼0.5mm.
○ 시대마다 다양한 헤어스타일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더운 날씨로 머리를 길게 기르기 힘들었고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뽐내기도 어려웠다. 이들은 가발로 이런 약점을 만회했다. 특히 왕족과 귀족 등 상류층은 중요 행사가 있을 때 화려하고 높은 가발을 썼다. 한국에선 머리숱이 적은 여자들이 ‘다리(덧넣어 땋은 머리)’를 달아 쪽을 찐 것이 가발의 시초라고 삼국사기는 전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전문 이발사가 운영하는 헤어 살롱을 만들 정도로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썼다. 금발을 아름답게 여긴 이들은 머리카락을 잿물로 표백한 뒤 노란 꽃을 으깬 물에 헹구어 황금색으로 착색했다. 프랑스 루이 16세 때에는 머리 모양의 높이를 높게 한 스타일이 인기였다. 19세기 중반까지 헤어스타일은 일부 상류층에 국한된 관심사였다. 산업혁명을 계기로 일반 시민들도 헤어스타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헤어스타일은 사회상의 반영
단군 원년에 땋아서 늘어뜨린 머리모양(편발)을 했다는 설화를 보면 고대 사회부터 머리카락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분명하다.
우리 민족의 머리모양은 개화기 이전 남자는 상투머리, 여자는 얹은머리(속명 트레머리)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신분이나 지위, 혼인 여부에 따라 헤어스타일이 달랐다.
고려도경에 따르면 일반 서민 남자는 나이가 마흔이 되면 노끈으로 묶고 그 전에는 아래로 늘어뜨렸다. 결혼하지 않은 남자는 건으로 머리를 싸고 내려뜨렸다가 장가든 뒤에야 상투를 튼다고 나와 있다. 미혼 여자는 미혼 남자의 머리모양과 비슷했으며 결혼한 뒤 얹은머리 또는 쪽머리를 했다.
조선시대 말기에 단발령이 내려지고 일제강점기에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헤어스타일의 혁명이 일어난다. 당시 발간된 문학지에는 ‘하사시가미(비녀를 꽂지 않고 둥글게 말아 올린 스타일) 머리에 양말과 구두를 신고 통치마를 입고 귀국한 멋쟁이 유학생’이란 표현이 나온다.
1920년 화신백화점 안에 미장원을 개업한 국내 최초의 미용사 오엽주에 의해 단발머리와 파마머리가 보급되면서 여성들의 머리 모양이 획기적으로 변했다.
광복 이후 1960년대 초까지 남성들의 머리모양은 가르마를 타거나 가르마 없이 뒤로 완전히 빗어 넘기는 소위 ‘올백 형’의 두 가지였다.
1970년대 초 군사정권의 억압된 사회분위기에 반발하는 의미로 장발이 유행했다. 여성은 ‘미스코리아 머리’로 불렸던 업스타일이 인기였다.
1980년대 초 컬러TV가 등장하면서 헤어스타일도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연예인의 머리를 모방하기 시작한 것이다. 맥가이버 머리, 긴 생머리….
1990년대 들어서자 ‘컬러 헤어 시대’가 도래했다. 갈색과 금색은 기본이고 빨강, 초록, 파랑 등 ‘만화 주인공’들의 헤어 컬러를 따라하는 젊은이들이 생겼다. 자르고, 기르고, 볶는 데 그쳤던 헤어스타일링이 컬러링으로 확산된 시기다.
21세기엔 헤어도 참살이 열풍의 영향을 받는다. 단순히 멋을 부리기 위한 헤어스타일보다 헤어 건강을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
토털 헤어 숍 ‘보스코 by 김선영’의 김윤헌 대표는 “손상된 헤어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보이게 해 주는 트리트먼트 제품과 앰풀 등 헤어케어 상품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설명했다.
○ 촉촉하고 청결한 모발이 아름답다
모발이 촉촉하고 윤기가 있으면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건강한 모발은 비정상적으로 많이 빠지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대개 11∼13%의 수분을 함유한 머리카락을 튼튼한 모발로 친다.
머리카락 한쪽 끝을 잡고 손톱으로 세게 끌어내렸을 때 스프링 모양이 많이 생기면 건강한 상태다. 물을 뿌렸는데 금세 말라버린다면 수분이 모자라 손상된 것이고 물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건강한 머리카락은 머리를 감고 난 뒤 천천히 마르는 편이다.
모근보다 모발 끝 색상이 밝다면 손상된 상태. 이는 모발 끝 부분의 수분 보호막인 큐티클층이 손상되었음을 의미한다. 머리카락의 10cm 정도 부분에서 직경 3cm가량의 원을 만들어 손을 놓는 순간 탄력적으로 원상회복된다면 건강한 상태다. 모발을 만졌을 때 푸석거리지 않고 매끈한 감촉이 느껴진다면 좋고, 머리를 빗을 때 정전기가 일어난다면 손상됐다고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모발은 청결하고 부드러우며 산뜻한 향과 윤기까지 갖춰야 한다. 아무리 건강한 모발도 보는 이에게 상쾌한 기분을 주지 못한다면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
아름다운 모발은 기름기가 끼지 않아야 하며 탄력이 있어야 한다. 또 두피 상태가 좋아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
즉, 아름다운 모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씻는 것이다. 비듬이나 피지, 땀 등이 머물지 않도록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은 반드시 감는다. 머리카락이 건강할 때 에센스 등으로 영양을 공급해 주는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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