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우울증’ 말수 줄고 행동 느려져

  • 입력 2006년 9월 18일 03시 01분


21일은 ‘세계 치매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최소 1200여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그 수가 해마다 늘어 2050년에는 3배에 가까운 3600여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05년에 35만 명, 2015년에는 52만 명의 치매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2004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8.3%인 34만600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최근 치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치매가 아닌데도 치매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어 구별을 요한다.

대표적인 것이 노인성 우울증이다.

대부분의 노인성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함을 느끼기보다 ‘몸이 아프다’는 증상을 호소한다. 또 말수가 적어지고 체중이 감소하거나 행동이 느려지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기억력이나 집중력까지 떨어지는 등 치매와 흡사한 증상을 보여 ‘가성치매’로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노인 환자가 우울증을 단순한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않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은 이런 우울증을 치매로 착각하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김기웅 교수는 “노인성 우울증은 조기에 적절히 치료할 경우 회복률이 80%에 이르는 질환”이라며 “하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못할 경우 만성적인 통증이나 몸이 아픈 것처럼 느끼는 증상을 겪게 되고 자살 위험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밖에 치매와 구별해야 될 것이 ‘섬망(섬妄)’이라는 증세다. 섬망 환자는 갑자기 흥분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식은땀을 흘리며 동공이 확장된다. 또 벌벌 떨면서 환각상태에 빠져 커튼이나 벽에 걸려 있는 옷을 보고 ‘도둑이다’ 또는 ‘저기 남자가 서 있다’고 외치며 겁을 먹는다.

나이 든 사람이 이러한 행동을 보이면 치매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섬망은 치매와는 달리 갑자기 나타나며 대개는 회복되고 지속 시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대전 선병원 신경정신과 김영동 과장은 “섬망은 심장질환이나 간질환, 탈수, 조절이 안 되는 당뇨병, 약물 중독에 따른 금단증상, 각종 감염 등에서 동반돼 나타난다”면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특히 수술을 받고서 회복 기간에 이런 증세가 잘 생긴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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