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현실과 거리 먼 ‘심-뇌혈관질환 종합대책’

  • 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0분


“뇌졸중(뇌중풍)은 국내 사망 원인 1위입니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1994년 인구 10만 명당 12.6명에서 2004년 26.3명으로 2배 이상 늘었고요.”

12일 보건복지부 유시민 장관은 심·뇌혈관질환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병의 심각성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30세 이상 인구 3명 중 1명 이상이 심·뇌혈관질환 고(高)위험군으로 조사됐고 이 질환과 관련한 돌연사로 사망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책의 핵심은 16개 권역별, 100개 지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운영해 3시간 안에 환자를 이송해 전문의의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심·뇌혈관질환의 경우 예방 못지않게 환자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16개 권역별 응급의료센터를 활용해 심·뇌혈관질환센터를 만들겠다는 것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일이다. 이미 응급의료센터는 다른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 질환자만 ‘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요지로 기자가 질문하자 담당 공무원은 “그런 경우에는 다른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어느 지역에 권역별 센터를 설치할지도 의문이다. 담당 공무원은 “환자가 집중되는 서울에 3, 4개를 설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설립될 센터 수는 줄어들 것이고 지방에서 응급차를 타고 서울로 몰려드는 풍토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이 환자의 생명만 위태로워질 뿐이다.

게다가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은 이미 24시간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심·뇌혈관질환센터 자격을 준다면 ‘복지부 지정’이란 간판을 하나 더 붙여 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응급대처 능력을 높이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사회적으로 심·뇌혈관질환의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고 정부로서도 빨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발표하고 세부 내용은 나중에…”라는 식으로 안일하게 본 것은 아닐까? 덜 익은 사과를 베어 물면 신맛밖에 나지 않는다.

김상훈 교육생활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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