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술로 할지…“메뉴판서 고르세요”

  • 입력 2006년 1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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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라식시술을 받기 위해 동네 안과를 찾은 김모(21·서울 노원구 상계동) 씨. 시력 안압 각막검사를 30분가량 한 뒤 상담실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그곳에선 식당에서 많이 보았던 메뉴판이 놓여 있었다. 메뉴판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시술 종류가 기본, 스페셜 등 10여 가지 적혀 있었다.

의사와의 상담 결과 김 씨에게는 기본 라식과 스페셜에 해당되는 웨이브프런트 라식, 티슈세이빙 라식 등 3가지가 적당했다. 김 씨는 결국 기본 라식에 비해 100만 원 정도 비싼 웨이브프런트 시술을 선택했다.

김 씨는 “다양한 시술 방식을 비교해 형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점은 좋지만 자동차를 구매할 때처럼 시술에도 옵션이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묘하다”고 말했다.

최근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새로운 시술법이 속속 소개되면서 안과 피부과 비만클리닉을 중심으로 환자가 본인의 신체 여건과 경제력에 가장 적합한 시술을 선택하도록 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이들 병원에서는 환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시술 방식을 메뉴판으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환자는 의사와의 상담을 거쳐 메뉴판에서 시술 방식을 고르게 된다.

시력교정술의 경우 라식 또는 라섹 등 그 종류만 해도 무려 20여 가지나 된다.

이런 현상은 비만클리닉에서도 마찬가지.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돼 환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즉 살 빼기를 원하는 부위와 비용에 따라 주사냐, 수술이냐 등 여러 가지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네오클리닉 서진남(徐鎭男) 원장은 “복잡한 설명을 피하고 환자 입장에서 메뉴판을 만들었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치질 분야에서 ‘맞춤수술’을 내걸고 있는 서울 하사랑 외과도 환자들이 직접 수술 방법을 결정하도록 메뉴판을 제공하고 있다.

치질 수술에도 주사요법, 특수 고무밴드로 치질 부위를 묶어 서서히 떨어져 나오게 하는 고무밴드결찰술, 자동봉합기 수술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절제법, 문제가 되는 치핵의 혈관덩어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다이오드 레이저 수술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넘치는 정보가 환자에게 오히려 혼선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시술에서 여러 가지 옵션이 있다 보니 불필요하게 비용을 초과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환자에게 수술 방식에 대한 선택을 맡기는 것보다 의사가 책임지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남의 한 정형외과 개원의는 “의학 지식이 없는 환자가 편의에 따라 시술법을 결정하는 것은 안과 피부과 등 특정 질환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며 “최신 논문 결과 등을 참고해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시술을 의사가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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