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著파라치’ 논란

  • 입력 2005년 9월 28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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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사를 홈페이지에 무단으로 전재했으니, 9월 27일까지 내 계좌에 80만원을 입금하시오. 안 그러면 고소하겠음. 오마이뉴스와 합의해도 소용없습니다.”

개정 저작권법을 둘러싸고 오마이 뉴스 前 시민기자와 극단 간에 ‘저파라치(저작권 파파라치)’ 논란이 일고 있다. 기자가 기사를 홈페이지에 무단 게재한 ‘극단 그리고’에 ‘합의금’ 조의 돈을 요구한 것.

▽前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합의금 80만원 내라”▽

지난 21일 극작가 이대영(중앙대 겸임교수) 씨가 대표로 있는 ‘극단 그리고’에 저작권법 위반을 통보하는 한 통의 e메일이 전달됐다. 지난 2월 보도자료란에 올려놓은 오마이뉴스 2004년 8월 30일자 기사 ‘극단 여의도는 대본 원본을 공개하라’, ‘욕설연극 물의 한나라당 자유게시판은 이용 불가’ 두건이 화근이었다.

기사를 쓴 김모 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e메일에서 “해당기사에 대한 저작권은 ‘오마이뉴스’와 본인이 공동으로 가지고 있다”며 “귀하의 기사전재에 대해 설령 ‘오마이뉴스’측이 허락했더라도 ‘공동 저작권자’인 본인의 허락이 없이 전재하였으므로 무단전재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저작권법상 이 문제는 친고조항이므로 합의는 기사 무단전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본인과 해야 한다”며 “고소돼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전과기록이 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깜짝 놀란 극단측 허남성 기획실장은 “죄송하다. 기사 게재를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바로 삭제조치 하겠다”면서 “영세한 극단 형편상 80만원의 합의금은 어렵다. 홈페이지 역시 영리 목적이 아니며 한 달 동안 방문자도 손꼽을 정도”라고 사과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김 기자는 27일 다시 e메일을 보내 “피차 저작물을 생산하는 입장에서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랐는데, 합의금 80만원에 대해 곤란하다니 유감스럽다”며 “불가피하게 수사기관을 통하여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영 대표 “차라리 나를 고소하라”▽

이에 이대영 극단 대표는 28일 시사웹진 뉴라이트 닷컴(www.new-right.com)에 ‘오마이뉴스는 앵벌이 불량기자들부터 척결하라’는 칼럼을 기고하고 “개정된 저작권법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는 ‘저파라치’들도 등장했다”며 “돼먹지 못한 ‘저파라치’ 기자들이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단호하고 적법하게 응대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 글에서 “이것은 문화예술인으로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고소하겠다면 법의 심판을 받겠다. 앵벌이 기자의 협박에 놀라서 80만원을 즉각 입금할 바보는 아니다. 80만원이 아니라 800만원이 소요된다 할지라도 김 기자와 끝까지 소송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오마이뉴스 기자’라는 타이틀이 아니었다면 지나가는 개도 거들떠보지 않는 기사”라며 “그나마 오마이뉴스의 지명도와 신뢰도 때문에 우리 단원들이 당신의 기사를 존중한 것이고 극단 사료(史料) 채집 차원에서 홈피에 모아 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오마이뉴스는 대통령이 제일 신뢰하는 온라인 신문이 아닌가. 권고하건대 세상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기 전에 불량기자들을 척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면 일부 못된 기자들은 ‘저파라치’로 돌변할 것이고 오마이뉴스는 저급 찌라시 취급을 받으며 서서히 침몰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 대표는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무단 전재된 기사를 발견했으면 먼저 링크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거나 삭제하라는 게 순서가 아닌가”라며 “기사로 영리활동을 한 것도 아닌데 다짜고짜 고소하겠다며 협박하며 ‘전과자’ 운운하다니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김 기자와 극단간의 문제”▽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 관계자는 “지난 27일 극단에서 전화를 해와 김 기자가 합의금을 요구한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현재 김 기자가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직에서 제명된 상태라, 저작권을 행사하겠다고 해도 회사가 나서서 간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문제에서 우리는 제 3자”라며 “김 기자와 극단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별도의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며 “과거에도 오마이뉴스의 사진을 무단으로 전재한 사이트에 ‘저작권 침해 자료를 삭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적은 있으나 게시물 삭제에서 그쳤지 배상까지 받아낸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극단 그리고’는 올 초 대학로에서 연극 ‘환생경제’(극본·연출 이대영)를 공연해 언론의 관심을 모았었다. ‘환생경제’는 지난해 8월 전남에서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극단 ‘여의도’가 초연한 작품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이 등장해 초연 당시 정치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김 기자도 문제가 된 지난해 8월 30일자 두 건의 기사에서 ‘환생경제’와 관련해 극단 ‘여의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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