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을 처방…섞어쓰면 위험한 약 5800여건 잘못 조제

  • 입력 2005년 9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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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부작용 때문에 섞어서 복용하는 게 금지돼 있거나 어린이나 노약자가 먹으면 안 되는 약을 일부 의사들이 무분별하게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가 부작용 때문에 병용을 금지하는 162개 항목, 연령대 사용금지 약물 10개 항목을 고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전재희(全在姬·한나라당) 의원이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심평원에 청구된 진료비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섞어 먹으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유발하는 ‘병용금기’ 약품이 모두 61개 항목에 걸쳐 3945건이나 처방됐다.

또 어린이, 노약자가 먹으면 안 되는 ‘연령금기’ 약품이 10개 항목에 1896건 처방되는 등 모두 5841건의 약품이 잘못 처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해열진통소염제로 쓰이는 에토돌락은 아스피린과 함께 사용하면 위장관내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병용이 금지됐는데도 모두 1231명에 대해 1251건이 처방됐다.

부정맥 유발 가능성이 있어 함께 복용하는 것이 금지된 케토코나졸과 테르페나딘도 16명에게 17건이 처방됐다. 이 두 약물은 2003년 동시 처방을 받은 최모 씨가 호흡곤란 증세로 숨지자 1일 서울남부지법이 이 두 약물을 동시 처방한 의사와 처방이 잘못된 줄 알면서도 그대로 조제한 약사 모두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동시 투약이 금지된 의약품을 가장 많이 처방한 상위 30개 병의원 중에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영동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가톨릭대 성모병원 등 20개 대형병원이 포함됐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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